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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Apr 16. 2020

벚꽃엔딩

도달하기 위한 여정의 초평호

사람은 태어나면서 만들어지지는 않는다. 내면에 많은 가능성이 있지만 하나씩 하나씩 깨면서 만들어져 가는 것이다. 모든 사람은 자기 자신에게 도달하기 위한 여정이며 어떤 사람들은 그 길을 찾아보려는 시도를 하기도 하지만 그냥 머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초평호는 그 주변으로 벚꽃나무가 빼곡하게 심어져 있어서 벚꽃을 만나기에 좋은 곳이지만 요즘 같은 분위기에서는 봄 쓰루를 하듯이 지나쳐가는 것이 가장 마음이 편하다. 

초평호는 겨울에 와본 적은 있었지만 벚꽃이 피는 봄에는 처음 찾아와 보았다. 벚꽃엔딩에 어울리는 여행지이며  자신만의 여정을 찾아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초평호는 차로 드라이브하면서 봄을 만끽하면서 지나갈 수 있지만 행랑객들이 모이는 나들이 장소인 문백면 농다리와 인근 초평호 둘레길인 초롱길을 폐쇄했는데 이는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끝날 때까지라고 한다.  

초평호 둘레길은 차로 가도 한참을 가기 때문에 사람과 마주치는 경우는 많지가 않다. 얼굴에 은근하게 맑은 물과 먼 산의 기색을 띤 사람과는 더불어 고상하고 우아한 운치를 말할 수 있다고 한다. 초평호는 그런 모습의 여행지이지 않을까. 

진천까지 가는 길에는 벚꽃뿐만이 아니라 복사꽃도 볼 수 있었다. 지인이 봄바람에 웃는 진홍빛의 꽃이 무엇이냐고 묻자 복숭아나무에 피는 복사꽃이라고 말해주었다. 아련하게 피어 있는 복사꽃을 꿈에서 본 안평대군은 꿈의 이야기를 해주면서 안견에게 그림을 부탁하였다. 안견은 자신이 화가의 길을 걷는데 아낌없이 지원했던 안평대군을 위해 그림을 그려주었는데 그것이 바로 몽유도원도다. 즉 꿈속에서 거닐던 복숭아나무가 많은 정원을 그린 그림이라는 의미다. 

초평호의 한가운데 떠 있는 섬 같은 곳에는 마치 안평대군이 꿈꾸었던 그런 곳처럼 보인다. 멀리서도 벚꽃이 한가득 피어있는 것이 보인다. 오늘 집에 가면 벚꽃이 피어 있는 곳에서 연인과 함께 걸어가는 꿈을 꿀 수 있을 듯하다. 


봄꽃의 아름다운 풍경이 지나가고 가정의 달이라는 5월이 오겠지만 가족단위로 조용하게 지낼 듯하다. 엔딩은 끝난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다. 도연명의 도화원기에서는 한 어부가 고기를 잡다 길을 잃었는데 복숭아꽃으로 덮인 환상적인 마을 무릉도원이 나온다. 우리 어릴 적 본 산야와 벚꽃이 핀 초평호 같은 고향이 바로 낙원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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