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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Apr 17. 2020

벚꽃동산

아쉽지만 농다리의 벚꽃은 내년에

진천 하면 농다리가 생각나고 농다리를 생각하면 벚꽃이 연상이 된다. 봄이 되면 농다리 건너편에 화사하게 피어 있는 벚꽃으로 인해 한 번 가본 사람은 꼭 다시 찾아가게 되는 곳이다. 그 덕분에 국회의원 선거가 있었던 15일부터 농다리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될 때까지 잠정 폐쇄되었다. 멀리서 볼 수는 있겠지만 벚꽃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것은 내년이 될 듯하다. 진천 농다리의 벚꽃동산을 보자마자 생각나는 것은 안톤 체호프가 쓴 벚꽃 동산이라는 작품이다. 

안톤 체호프의 마지막 희곡작품으로 1903년에 집필을 시작하고 1904년 체호프 작가 생활 25주년 기념행사로 모스크바 예술극장에서 초연되었던 작품 속의 주인공이었던 그녀는 몰락해가는 지주 계층의 대표적인 캐릭터였다. 

농다리를 여러 번 와봤지만 벚꽃이 피는 시기는 잠깐이라 맞춰와 본 적이 없었다. 다행히 평일 한가할 때 방문해서 벚꽃이 핀 풍광을 만나볼 수 있었다.  예술가가 그렇듯이 44세의 짧은 생애를 마친 작가 안톤 체호프의 작품 벚꽃동산을 생각하면서 연상된 작품은 펄벅의 대지 혹은 박경리의 토지이다. 그 시대의 아픔을 같이 했었던 작품 세 개가 맥락으로 보면 비슷한 느낌을 가지고 있다. 

돌다리를 건너가 보기로 한다. 사람들이 많지 않아서 그런지 마주치는 경우가 많지 않다. 모든 것은 그렇게 연결이 되어 있다. 다리가 없다면 공간과 공간을 만나는 것은 쉽지 않다. 

말 그대로  작품 속에서 보았던 그런 벚꽃동산의 모습이 눈앞에 펼쳐진다. 러시아는 광활한 영토와 막강한 국력을 가지고 있었던 과거의 영광은 1858년 크림 전쟁으로 유럽에서 제어권을 잃어버린 후 1904년 러일전쟁의 패배로 모든 것이 솜사탕처럼 사라져 버리게 된다.  대신 승전한 일본은 한반도에 대해 완전한 제어권을 가지게 된다. 

날이 좋은 날 가서 그런지 몰라도 어느 곳에서 찍어도 그림이 되는 곳이다. 이 아름다운 풍경을 코로나 19로 인해 마음껏 느껴볼 수 없다는 사실이 아쉬울 뿐이다. 벚꽃동산을 그린 연극의 3막에서. 마지막 영화를 라네프스까야 부인과 지인들을 보내며 춤도 추고 인생을 보낸다. 신흥재벌로 부상한 로빠힌은 자신을 보살펴주던 주인 라네프스까야 부인의 벚꽃동산을 경매로 구매하는 장면이 나온다. 

오래 머무를 수 없어서 잠시 벚꽃의 풍광만 만나보고 떠난다. 역학적으로 물에 대한 내구성까지 교량 건축의 백미를 받고 있는 농다리에서 주변에 조성된 초롱길은 초평호의 둘레를 잇는 산책로다. 언제 누가 만들었는지 정확하게 알려지고 있지 않은 농다리는 충북도  유형문화재 28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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