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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Apr 19. 2020

희귀한 가치

옥천 농심테마공원

사람들의 상당수는 자신의 능력이나 노력보다는 쉽게 돈을 벌고 싶어 하는 경향이 있다. 정치, 도박, 정상적이지 않은 주식투자, 부동산, 가상화폐등의 공통점은 적은 돈으로 큰돈을 벌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욕망을 마약으로 바꾸어버린다. 아주 오래 전이나 지금도 부와 지위를 상징하는 물건의 기준은 희귀해서 아무나 구하기 힘든 것이다. 그것이 실용적일 필요도  없으며 희귀해서 사람들이 가지고 싶어 하며 지위 상승의 공허한 계단이라도 되어주면 된다. 사람이나 사물, 기업 등을 볼 때 본질의 가치를 보는 편이다.  필자는 희귀한 것이나 남들이 모두 좋아하는 것에 좌지우지되지 않는다. 더 많이 가지려고 할 때 그 이면에 숨겨진 리스크는 일부러 외면하고 눈을 감는다. 

네덜란드발 튤립 광풍과 이로 인해 유럽의 경제공황이 발발한 것은 잘 아는 사례다. 우연하게 찾은 농심테마공원에서 튤립을 만나니 갑자기 그 사건이 떠올랐다. 옥천의 농심테마공원은 2007년 처음 조성해 10년 넘게 쭉쭉 뻗은 나무들과 흥미진진한 공간이 신기한 세상을 만들어내며 어린이들과 가족들에게 인기가 있는 곳이다. 

곳곳에 봄의 향기가 물씬 풍겨 나는 이곳에는 커피, 망고나무, 복숭아나무 등을 실증 재배해놓고 6000평방미터의 넓이의 연못 가운데로 데크가 놓여 있어서 산책코스로도 좋다. 허브동산에 심어진 형형색색 튤립이 4월에 활짝 펴서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준다. 

농사도구로 사용했던 디딜방아와 연자방아 등 농업과 관련된 물건들이 정원의 곳곳에 놓여 있다. 농사와 꽃, 휴식을 한꺼번에 만나볼 수 있으며 여름에는 열대 아시아가 원산지로 연꽃과 에 속하는 연도 만나볼 수 있다. 연은 비대한 뿌리와 잎자루 및 열매는 식용으로 잎은 수렴제 및 지혈제로 이용되고 민간에서는 야뇨병 치료에 사용한다. 

농심테마공원에 자리한 원예치료 온실에는 대표적인 아열대 작물인 바나나 나무를 비롯해 올리브, 비파, 야자나무, 선인장 등 100여 종의 나무와 꽃이 빽빽하게 자라 작은 식물원을 연상케 한다. 곳곳에는 벤치가 놓여 있어 잠시 앉아 쉴 수 있고, 온실 끝 아담한 목교 건너에는 작은 물레방아가 쉼 없이 돌아가는 평온한 풍경이 펼쳐진다. 

튤립 광풍의 시작은 1634년이었다. 튤립은 4월에 아름답게 피우기에 다른 계절에는 튤립을 살 수가 없다. 이때 사람들은 꽃이 피기 전에 먼저 사놓는다는 발상의 선물거래를 하는 계약을 한다. 처음에는 과학자 아이작 뉴톤을 비롯하여 부유한 사람들뿐만이 아니라 서민들까지 가진 재산을 모두 털어 넣어 산다. 그리고 끝을 모르고 가격이 오르는데 모든 사람들은 취한 사람들처럼 더 사려고 몰려들었다. 최근의 가상화폐와 비슷하다. 그 어떠한 실물적인 가치를 만들어내지 못하는데 그냥 희귀해서 오른다는 발상 때문이었다. 

봄은 참 아름다운 계절이다. 마음껏 감상하기 힘든 요즘이 아니었다면 더 좋았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봄이면 봄에 볼 수 있는 꽃을 즐기면 그만이다. 그 순간의 가치는 그냥 지나가버리게 두면 된다. 우리나라에서 봄을 알리는 산수유, 벚꽃, 매화, 동백꽃, 목련, 개나리, 진달래 등이 나무에서 피는 꽃인 반면, 서양에서 봄을 알리는 수선화, 튤립, 히아신스, 무스카리 등은 구근식물이라는 특징이 있다. 

농심테마공원에는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튤립이 피어 있었다. 그냥 아름답기만 한 튤립은 그냥 보고 감상하기만 하면 된다. 끝없이 오르던 튤립의 툴리포마니아(Tulipomania)는 불과 3년 뒤인 1637년 2월 가격의 10/1도 안 되는 가격으로  폭락해버린다. 그리고 유럽은 한동안 경제공황에 빠지며 힘든 시기를 보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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