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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Apr 29. 2020

돌아보는 일

문경의 쌍용계곡 트레킹길

상주에서 문경으로 건너가는 길목에 항상 느끼는 색다른 풍광을 만들어내는 계곡이 나온다. 쌍용계곡이라고 불리는 이곳은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는 곳으로 곧 찾아오는 황금연휴에 한적한 이곳을 찾아다니는 즐거움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곳의 물은 회란으로 물이 도는데 물결 휘돌아 흐르며 쏟아지는 여울에는 대상은 현상을 통해 드러나지만 보이는 현상에서 그 본질을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가 스며들어 있다. 

봄이 왔으니 다시 걸어서 내려가 보기를 한다. 계곡을 걸어서 트래킹 할 요량으로 내려가 본다. 요즘 많이 걸어 다녔는지 운동화가 조금씩 헐어서 모래가 신발안으로 자연스럽게 들어오기 시작했다. 

내려와서 세월의 흔적에 바위가 마모된 것을 보니 사람의 인생이 연상되다. 사람의 인생 역시 이렇게 들어가기도 하고 파이기도 하고 새겨지기도 한다. 우리는 나중에 나온 결과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얼굴만 봐도 돌이 된다는 메두사는 아테나의 신전에서 바다의 신인 포세이돈에게 성폭행을 당하는데 지혜의 여신인 아테나는 이 모독적인 범죄에 대해 벌을 내리기로 하는데 당사자인 포세이돈이 아닌 메두사에게 벌을 내린다. 가해자의 관심을 끌었다는 이유로 벌을 받아 자신을 보는 사람을 돌을 만들어버리는 능력(?)을 가지게 된다. 게다가 나중에 영웅처럼 취급되는 페르세우스에게 목을 잘리게 된다. 

걸어서 위쪽까지 올라가기까지는 길이 마땅하지 않지만 얼마 전 여행에서 느꼈듯이 이런 바위길을 잘 걸어가면 마치 암벽을 등반한 것 같이 근육이 묵직해지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비가 얼마나 내리느냐에 따라서 달라지겠지만 매번 물길이 달라진다. 물에 적시지 않고도 건너갈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그냥 몸의 신체적인 능력을 활용해서 넘어갈 수 있을 것처럼 보인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몰라도 옛날같이 무리한 행보를 하지는 않는 편이다. 

문경의 쌍용계곡은 유독 모래가 많다. 보통 모래가 만들어지는 것은 계곡의 하류에 가면 자연스러운 풍화작용에 의해 만들어지지만 유독 이곳에 모래가 많다. 계곡의 넓이만 더 넓어진다면 색다른 풍광도 만들어낼 수 있을 듯하다. 

계속 위쪽으로 걸어서 올라간다.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넉넉해지는 곳이다. 상상할 수 없는 일을 상상하고 체계적인 노력을 통해 그 상상을 현실을 이루어 낼 때 자신이 지닌 가능성의 범위가 확장이 된다. 하루하루가 행복해지는 것은 낭만으로 시작해서 현실로 지어가는 능력에 달려 있다. 

요즘 한국사람들도 인식이 많이 변해서 계곡 등에서 무언가를 해 먹는 사람들이 줄어들었다. 풍광이 좋은 곳은 완전한 음식을 가지고 와서 먹고 잘 챙겨서 가는 것이 가장 좋다. 너럭바위와 회란석이 즐비한 계곡에서 맑은 물이 이렇게 담겨 있는 것만을 보아도 좋다. 옥색의 물이 담겨 있는 이 공간을 황금연휴에 여유롭게 만나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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