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는 누군가 May 01. 2020

관문 (gateway)

문경으로 들어가는 길

지인과 함께 이곳에 와서 매운탕을 먹으면서 하루를 보낸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작년이다. 이번 주 황금연휴가 시작되면서 전국의 유명한 여행지는 행랑객들로 북적이고 있다고 한다. 그나마 비행기를 타고 여행의 기분을 만끽할 수 있는 제주도에 사람이 몰리는 것은 어떻게 보면 사람의 마음은 매한가지라는 생각을 들게 만든다. 고모산성을 바라볼 수 있는 이곳은 보통 오미자 테마 터널에서만 지켜보았는데 오래간만에 왔더니 옆에 또 다른 볼거리가 만들어져 있었다. 

문경하면 생각나는 것은 바로 관문이다. 관문(關門, gateway)은 부지와 외부, 또는 외부와 다른 외부를 구분하는 목적으로 세우는 건축물을 의미한다. 문경은 한양과 영남을 관통하는 관문의 공간이다. 특히 성의 관문인 성문은 바깥을 오가기 위해 반드시 지나야 하는 통로라서 이를 영역의 상징물로 사용하는데 이곳에서 통과하는 길은 고모산성으로 오가는 길이다.  

견고해 보이는 고모산성이 멀리 보인다. 고모산성을 올라가서 아래 진남교반을 수없이 만나보았지만 아래서에서 위를 바라보는 것은 오래간만이다. 조심스럽게 사람들은 바깥으로 나오고 있는데 코로나 19가 많은 것을 변화시키고 있다. 자신의 사랑과 인생이 위태롭게 할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솔직함을 선택하면서 자기 "존재의 충만함"을 그대로 내보이기 위해 안전한 내면에서 상처 입기 쉬운 곳으로 한 걸음 나올 필요도 있다. 

다리의 콘셉트는 관문과 바로 산과 산을 연결하는 토끼비리 길의 캐릭터 콘셉트가 만들어져 있다. 토끼같이 작은 동물이 갈 정도로 좁은 길이지만 선비들이 오가던 길이기도 하다. 

서원이나 향교 혹은 일본의 신사, 사찰이나 궁궐 등 종교적으로 지어진 관문의 경우, 신성 공간과 비 신성 공간을 가르는 중요한 장치로 쓰이기도 하는 것이 관문이다. 이 경우 관문을 통과하는 것은 하나의 의식이 되기도 한다.

역시 밖으로 나오니까 기분이 전환이 된다. 경북 팔경 중 제1경으로 꼽히는 진남교반(鎭南橋畔)은 기암괴석과 깎아지른 듯한 층암절벽이 이어지고 강 위로 교량 3개가 놓여 있다. 건너편의 북쪽 고모산에는 삼국시대에 쌓은 길이 1.6km, 너비 4m의 고모산성이 있다.  아까 만나본 진남교에 관문 형태의 조형물과 토끼, 새, 바위 모양의 경관 조형물을 전시해 가족·연인과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했는데 경관조명이 고모산성 진입로와 성곽 주변, 진남교 및 인근 봉생교 둘레길 등에 설치되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돌아보는 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