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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May 04. 2020

베푸는 것이란.

서산 마애여래 삼존상을 찾아서.

더 많이 얻으려고 하고 조금 더 채우려고 하고 하는 것이 사람이라고 하지만 때론 동등한 애정이 존재할 수 없는 것이라며 좀 더 사랑하는 쪽이 자신이 되는 것이 더 좋을 때가 있다. 마거릿 퓰러는 사랑과 진실, 아름다움은 하라라는 말을 하기도 했었다. 사람들이 지역의 명소나 불상을 찾아가는 이유는 그저 그곳에서 기다리며 찾아오는 이들에게 마음의 안식을 베푸는 것이 가장 크기 때문일 것이다. 찾아오지는 않지만 찾아가면 항상 그곳에 있었다. 오래간만에 서산에 자리한 마애여래 삼존불을 보고 싶어 져서 서산으로 발길을 했다.

황금연휴의 마지막 날은 바로 어린이날이다. 어릴 때 어린이날은 별다른 의미가 없었지만 야외에서 아이들과 가족이 함께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 그냥 미소가 지어진다. 마애여래 삼존상이 있는 이 갈림길에는 어죽을 비롯하여 휴일에 막걸리를 한잔 곁들이며 연휴의 여유를 만끽하는 사람들이 눈에 뜨였다. 막걸리 한잔이 그립기는 했으나 차를 가져온 관계로 그냥 지나쳐서 올라갔다. 

이제 한 여름과 같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온도가 상당히 올라갔다. 계곡으로 내려가 발을 담근 사람들도 눈에 뜨이고 어떤 아이들은 그냥 물놀이를 하고 있기도 했다. 이제 여름은 5월부터 9월까지라고 봐야 할까. 

부처님 오신 날이 지난 지 얼마 안돼서 그런지 여러 관음의 모습이 등에 그려져 있었다. 세상에나 관음으로 불리는 모습의 수가 이렇게 많을 줄이야. 불교와 사찰에 관해서 그렇게 많은 글을 썼건만 듣지도 보지도 못한 관음도 상당히 많다. 이곳에서 어느 정도 걸어서 올라가야 마애삼존불을 만날 수 있다. 

우리 몸의 모든 세포에 있는 모든 원자의 쿼크는 우리의 의식에 남아 있는 첫 기억, 첫 단어, 첫 키스 이후로 계속해서 대체되고 있다. 어떤 의미에서 보면 새로운 경험을 할 때마다 다시 태어난다고 볼 수 있다. 우리는 다른 꿈을 꾸고 다른 가치를 소중하게 여기며 다른 사랑을 한다. 

살짝 숨이 차기 시작할 때 서산 마애삼존불을 관리하는 사무실이면서 문화해설사가 머무는 한옥이 나온다. 코로나 19로 인해 문화해설사의 설명은 중단된 상태이다. 

처음에 이곳에 왔을 때는 공개 시간을 지나 온 덕분에 마애삼존불을 보지도 못하고 내려간 기억이 있다. 당시 스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만 하다가 내려갔는데 다음에 다시 보기 위해 찾아왔고 이번에 세 번째다. 

다시 문을 지나서 안으로 들어오면 저 돌로 쌓인 바위에 서산 마애삼존불이 자리하고 있다. 국보 제84호로 지정된 서산 용현리 마애여래 삼존상(瑞山龍賢里磨崖如來三尊像)의 크기는 본존 여래상 높이 2.8m, 보살입상 높이 1.7m, 반가상 높이 1.66m이다. 

저 멀리 태안반도에서 서산마애불이 있는 가야산 계곡을 따라 계속 전진하면 부여로 가는 지름길이 이어지게 된다. 문경새재가 영남에서 한양으로 가는 지름길이듯 이곳은 부여 정림사지로 가는 지름길이다. 

삼존상 모두 흘러간 시간에 비해 매우 또렷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머리에는 보주형(寶珠形) 두광(頭光)이 있으며, 소발(素髮)의 머리에 육계(肉髻)는 작은 본존상과 머리에 높은 관을 쓰고 상호(相好)는 본존과 같이 살이 올라 있으며, 눈과 입을 통하여 만면에 미소를 풍기는 우협시보살(右脇侍菩薩),  머리에는 관을 썼고 상호는 다른 상들과 같이 원만형(圓滿形)으로 만면에 미소를 띠고 있는 좌협시보살 모두가 상당히 푸근한 모습이다. 인자하면서도 이곳을 찾아오는 분들의 걱정의 무게를 덜어줄 것만 같다. 

서산 용현리 마애여래 삼존상을 보고 내려오는 길에 다시 여러 관음상의 모습을 살펴보았다. 용두관음은 한 손에 연꽃을 들고 선 여성의 모습이 일반적인데, 옷이나 함께하는 상징물을 바꿔서 여러 모습으로 나타나는데 이를 그림으로 그린 것이 33 관음상이라고 한다. 자애로운 모습의 서산 마애삼존불이 앞으로도 별다른 이슈없이 사람들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게 해주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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