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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May 14. 2020

비대면 관광

거느린 식솔이  많았을 다솔사

지금까지 사람들이 휴가나 여가를 즐기는 방법에 대면 관광이 많았다. 북적거리는 놀이시설이나 실내에서 누군가와 접촉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렇지만 코로나 19로 인해 접촉을 최소화하는 비대면 관광이 주목을 받고 있다고 한다. 비대면 관광은 코로나 19 영향으로 사람이 붐비는 곳을 피하고 자연 속에서 즐거움을 찾는 새로운 여행 방식이다. 관광객들은 세월의 흔적을 품은 고찰과 함께 하늘을 향해 뻗어 오른 소나무들을 보며 숲 속에서 휴식할 수 있는 사천의 다솔사를 찾았다. 다솔사의 다솔(率)은 딸린 식구나 아랫사람을 많이 거느렸다는 의미다. 

남기고 가는 발자국과 가지고 가는 추억이라는 글이 항상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발길이 가는 곳에 추억을 남기고 자연 속에서 더 큰 가치를 찾는 것에 의미를 둔다. 

지금의 다솔사라는 이름이 붙여지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다. 503년(지증왕 4) 연기조사(緣起祖師)가 창건하여 ‘영악사(靈嶽寺)’라 하였고, 636년(선덕여왕 5) 건물 2동을 신축하고 다솔사로 개칭하였다. 676년(문무왕 16) 의상(義湘) 대사가 다시 ‘영봉사(靈鳳寺)’라고 고쳐 부른 뒤, 신라 말기 도선(道詵) 국사가 중건하고 다솔사라고 하였다. 도선국사는 어떤 생각으로 다솔사로 이름을 붙였을까. 

앞으로 나아가지도 못하고, 뒤로 물러나지도 못하는 아주 막막한 상황을 사면초가라고 한다. 어떤 사람들은 지금 사면초가에 몰려 있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답답할 때를 오히려 공부의 기회로 삼고, 비약하는 계기로 만든다면 다른 사람이 못 가는 길을 걸을 수 있다. 

다솔사의 경내는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이 조용하기만 하다. 생명 있는 것들은 생로병사로 인해 고통의 벽을 만난다. 과연 우리들은 '지금'에 명중을 하고 있는지 생각하게 만든다. 

정면으로 보이는 경상남도 유형문화재 제83호로 지정된 대양루(大陽樓)는 사천 다솔사를 상징할 정도로 위용을 자랑하는 건물이다.  대양루 외에도 경상남도 문화재자료 제148호인 극락전과 경상남도 문화재자료 제149호인 응진전, 대웅전·나한전(羅漢殿)·천왕전(天王殿)·요사채 등 10여 동의 건물이 있다. 

연등이 계속 매달려 있다. 최대의 행사라는 부처님 오신 날도 조용히 지나가버렸다. 이제 곧 스승의 날도 오지만 이태원과 홍대발 확진자로 인해 학생과 스승은 직접 만나보지도 못한 채 지나갈 듯하다. 

5월에  열리는 차 축제뿐만이 아니라 사찰음식 및 녹차요리 전시회는 대양루 전시관에서 열린 적도 있지만 그냥 조용히 지나갈 뿐이다. 

절 이름인 다솔은 소나무가 많기 때문이라는 설도 있지만, 이 절의 주산이 마치 대장군이 앉아 있는 듯하고 군사를 많이 거느린다는 뜻에서 다솔이라 이름 붙여졌다. 앞서 말했던 식솔을 많이 거느린다는 의미다. 누군가를 앞에서 끌고 갈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의 책임이 따른다. 봉명산 자락에 터를 잡고 앉은 1500년 유구한 역사를 간직한 고찰 다솔사는 오랜 세월을 견딘 만큼 중요한 가치와 사연을 간직한 유물이나 볼거리가 많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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