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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May 16. 2020

가치관

돈은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흐른다. 

물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돈은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흐르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금리가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환율이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움직인다. 기업과 사람의 가치가 낮은 대상에서 높은 대상으로 옮겨간다. 그렇게 열심히 살았는데도 불구하고 아직도 팍팍하고 수중에 가진 것도 없고 심지어 가난하다면 돈이 볼 때 가치가 낮다고 보기 때문이다. 돈에는 감정이 없지만 자신이 머물러야 할 곳은 안다. 


어릴 때부터 어머니를 볼 때 그리고 지금도 어머니는 입버릇처럼 말하는 것이 있다. 자신에게는 돈이 안 따른다는 말이었다. 그렇게 돈에 대해 언급하고 이야기하고 누군가 돈을 번 것에 대해서는 이야기하면서도 돈에 대해 공부하는 모습을 본 기억이 한 번도 없다. 자신에 대해 잘 모르는 그런 사람에게 돈은 따르지 않는다. 사람들이 어떤 것에 관심을 가지는지 요즘 트렌드가 어떻게 변하는지 관심 주제가 무엇인지에 대해 말하는 것보다 아파트가 얼마나 올랐는지에 대해서만 이야기를 했다. 


어머니는 평생을 열심히 사셨지만 가치 있게 사셨다고 볼 수는 없다. 사람에게는 정해진 시간이 있고 그 시간 동안 보통은 노동을 해서 돈을 번다. 여기서 언급하는 가치 있다는 의미는 시간당 노동 단가가 높다는 의미다. 시간당 단가를 높이는 일은 돈이 찾아오게 만든다는 것이다. 사람이 가치가 높아지면 돈은 우연을 가장하고 찾아오기도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가치를 높이는 것보다 가치가 높아질 것을 찾거나 가치가 높아진 무언가를 사서 자산을 불리고 싶어 한다. 아파트 같은 것이 대표적인 가치를 가진 대상이다. 가상화폐 역시 그랬으며 앞으로도 수많은 대상이 등장할 것이다. 왜? 사람은 자신의 가치를 높이는 것보다 그런 것을 구입하는 것을 먼저 생각할까. 자신의 가치를 높이는 것은 우선 바로 눈에 드러나지 않으며 아주 천천히 올라가기 때문이다. 당장 부동산을 구입하던가 주식을 구입하는 것이 가시적이며 빠르다. 


문제는 그것이 온전히 자신의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돈은 그 사람이 그것의 가치를 잘 보존할 수 있는지 판단한다. 사람 역시 그걸 명확하게 알지는 못하지만 불안하기에 쥐고 있는다. 당연히 자신의 가치를 높인 상태는 아니기에 쓸 수 있는 돈은 얼마 없다. 자산이 일부 있기는 하지만 그것이 무언가를 만들어주지 않는다. 시세차익을 보는 방법 외에는 없다. 


자신의 가치를 높여놓고 외부의 요인에 상관없이 돈이 들어올 수 있는 상태에서 자산 포트폴리오를 구성하여 자산의 가치를 구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럼 여기서 가치관에 대해 언급할 필요가 있다. 자신의 가치관이 명확하게 세워져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돈 그 자체는 가치관이 될 수가 없다. 자신의 가치관에 따라 행동하기 위해 수단 중 하나가 돈이 될 수는 있지만 10년 안에 얼마 같은 목표가 가치관이 된다면 돈이라는 말뚝에 자신을 묶어놓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자신에게 묶인 노예에게 무언가를 더 주고 싶은 존재는 아마도 없을 것이다. 


가치관은 특정 무언가가 대상이 되는 것이 아니다. 삶을 어떻게 살아갈지에 대해 자신을 통찰하여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관점이다. 남자, 여자를 가리지 않고 사람과의 대화를 할 때 그 사람의 모든 것을 본다. 말의 어투, 단어의 사용부터 눈이나 손과 몸의 움직임을 디테일하게 보는 편이다. 그러면 그 사람이 아무리 현란한 말로 무언가를 덮으려고 해도 가려지지 않는 꺼림칙함이나 허세 혹은 바닥이 드러나는 것을 알 수 있다. 


개인적으로 특정 브랜드를 꼭 선호하지는 않지만 가격대가 있는 제품이 보통 완성도가 높기에 몇 개 정도는 가지고 있다. 그냥 마무리가 좋고 아주 오래 사용하는 편이기에 구입할 때도 있다. 그런 것들이 필자를 빛내준다고 생각하지도 않고 많은 의미를 두지도 않는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명품이 자신을 빛내준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굳이 그만큼 살 이유도 없고 가져야 할 필요도 없는데 구매한다. 그리고 과시하듯이 들고 다닌다. 그런 사람은 몇 번 보고 난 후에 인간적인 관계를 이어가지 않는다. 


스스로 빛나지 못하고 무언가에 기대어 빛나길 바라는 사람은 경험상 도움이 된 적이 없었다. 남자 역시 자신을 얼마나 관리하는가를 본다. 몸을 균형 있게 만들면 그냥 면티에 청바지 하나만 입어도 충분히 괜찮다. 그런데 옷, 허리띠, 신발 등을 명품으로 도배하고 배는 나올 만큼 나오고 몸의 균형은 하나도 맞지 않은 채 돌아다니는 남자를 보면 으스대는 돼지처럼 보일 뿐이다. 


글을 쓰기에 그런지 몰라도 사람이 말하는 말투와 단어가 그냥 목에 가시 걸리듯이 귀에 걸린다. 아무리 포장하려고 하고 오랜 시간 경험이 쌓였다고 하더라도 그 사람이 믿을만한지 믿을만하지 않은지 격이 있는지 없는지가 느껴진다. 열심히 사는 것만으로 만족한다면 그것도 그 사람의 가치관이니 상관은 없다. 그렇지만 남들 눈치와 상관없이 자신이 하고 싶어 하는 것에 제약이 없는 경제적인 수준을 만들기 위해서는 가치가 높아져야 한다. 돈은 가치가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옮겨가기 때문이다. 그것이 우연을 가장하든 현실적으로 수입이 늘어나든 간에 변화를 만들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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