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의 동백나무를 보며 생각하다.
수많은 샘중에서 물이 솟지만 모든 샘에서 나온 물이 바다까지 닿지는 않는다. 샘에서 솟아 바다에 이르를 물의 흐름은 사람의 성장과정과 비슷하다. 근원이 있는 샘물은 마르지 않고 솟아서 밤낮을 쉬지 않고 흘러 구덩이를 채우고 계속 나아가면서 바다에 이를 수 있지만 근본이 없으면 결국 말라서 사라져버린다. 깨닫고 배우려는 노력은 샘에다가 계속 물을 붓는 일이다. 물을 붓지 않으면서 잘되기를 바라는 것은 스스로가 우매하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는 것이기도 하다.
물의 근원이 샘이라면 배움의 근본은 몸을 닦는 것 즉 수신이다. 근본이 있는 배움이란 자기 성찰을 통해 덕을 기르고 길을 열어가는 것이다. 뿌리 깊은 나무와 샘이 깊은 물의 공통점은 둘 다 눈에 보이지 않게 감추어져 있다는 것이다. 큰 바람이 닥치기 전까지 뿌리 깊은 나무와 얕은 나무는 구분이 되지 않지만 큰 바람이 불어오면 겉으로는 무성하게 보였던 얕은 나무는 뿌리채 뽑힌다. 최근에 부는 바람에 힘이 들다면 자신의 뿌리가 얕은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오래된 고목의 뿌리의 깊이는 겉으로 볼때는 알 수가 없다. 거제도 외간리에 있는 천연기념물 외간리동백나무 두그루는 부부나무라고도 부르며 세종대왕의 형인 효령대군의 9대손 이두징이 조선시대에 입향 기념으로 심었다. 새빨간 꽃잎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통째로 떨어지는 동백꽃은 산다화(山茶花), 탐춘화(探春花)라고도 부르기도 한다. 세종대왕 역시 자신이 쓴 노랫말 용비어천가에 아래의 문장이 담겨 있다.
"뿌리 깊은 나무, 바람에 흔들리지 않아 꽃이 좋고 열매가 많으니 샘이 깊은 물, 가뭄에도 그치지 않아 내가 이뤄져 바다로 가느니."
흐르는 물은 구덩이를 채우지 않고서는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다. 모든 것의 단계와 순서가 있는데 사람들은 그 시간이나 단계를 넘고서 가고 싶어한다. 어찌해서 나아갔다고 하더라도 바람이 불어서 뒤로 밀리면 구덩이에 빠지고 만다. 구덩이를 채워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외간(外看) 북서쪽의 언골에서 대봉산(大峰山)의 중허리를 지나 둔덕면(屯德面) 옥동(玉洞)으로 넘어가는 고갯길을 넘어서 오면 영조(英祖) 45年(1769) 외간덕방(外看德坊)이었고 1915年 법정(法定)으로 외간리(外看里)가 되었으며 읍내(邑內)에서 바라볼때 가까운 바깥쪽 큰 마을이라 외간덕(外看德)이라 하였던 마을이 이곳 외간마을이다.
거제의 앞바다를 채우고 있는 물 역시 어떤 샘에서 흘러서 도착했을 것이다. 성숙한 사랑을 생각하게 만드는 동백나무의 꽃은 모두 떨어져서 흙으로 돌아갔지만 올해 겨울이 되면 다시 꽃을 피우기 시작할 것이다. 어쩌면 가을에 피어 춘백이 되어줄지도 모른다. 오래된 동백나무의 꽃이 더 진하고 좋듯이 샘이 깊은 물은 맑고 에너지가 넘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