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고 (復古)

구 문경 금융조합 사택의 이유 있는 변신

경기가 좋지 않으면 사람들은 과거의 향수에 젖는 경향이 있다. 좋았던 과거를 회상하며 마음의 안식을 느끼는 것이다. 올해도 그렇지만 내년에도 옛 모습으로 돌아가기 위한 복고가 유행할 듯하다. 디지털화가 가속화되는 가운데 강렬한 색감과 선명한 기억을 되살려가는 시간이다. 복고를 연상하면 조금은 과한듯한 옷차림과 여성의 경우 아이라인에서 T존까지 확실한 메이크업을 하는 스타일로 완성이 된다. 복고 속에 등장하는 재즈의 향기와 나이 든 드러머의 여유가 현대식 트렌디한 사운드와 잘 어울린다는 것도 또한 매력이 드러나는 시간이다.

MG0A6993_resize.JPG

현재에도 서민금융기관이 있지만 그 시작은 대한제국 때 이미 만들어진 적이 있다. 1907년 지방금융조합 규칙에 따라 설립된 금융조합은 최초의 서민금융기관이기도 하다. 일제강점기에 제대로 된 역할을 하였는지는 모르겠지만 1956년 지금의 농협이 최초로 설립될 때까지 서민층의 금융업무를 담당해왔었다.

MG0A6995_resize.JPG

1동(1층) 연면적 62.8㎡으로 지어진 구 문경 금융조합 사택(舊 聞慶金融組合 舍宅)은 1945년에 지어진 우진각 지붕의 일식(和風) 주택이다. 현관문이 후면에 위치하고, 안방의 도코노마 공간 등 일본식 주택양식을 보여주고 있다. 현재 등록문화재 289호로 지정이 되어 있다.

MG0A7047_resize.JPG

복고풍의 옷을 입고 과거로 돌아가 볼 수 있는 시간이며 공간이다. 안으로 들어오면 '도코노마'(床の間)는 관사로 사용되면서 덧문이 달려 붙박이장 용도로 쓰였다고 한다. 서민금융기관으로 출발하였지만 일제강점기에는 수탈의 공간이며 높은 이자로 조선인들의 재산을 가져갔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이 건물 안에는 일본 다다미식으로 돼 있는데 안에 들어가면 땅문서를 담보로 돈이나 곡식을 받아오며 연명하듯이 살았던 것이다.

MG0A7048_resize.JPG

문경지역에는 문경읍내를 비롯해 산양, 농암, 점촌에 금융조합이 있었다. 일본이 근대시기에 제국주의의 발판으로 삼을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금융 때문이었다. 메이지 유신을 통해 금융의 중요한 의미를 알고 있었으며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였다. 전쟁에 돈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엔화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었다. 지금 엔화의 견고함은 메이지 유신을 통하면서 토대가 만들어졌다.

MG0A7050_resize.JPG

다시 복고로 돌아왔다. 복고풍이라고는 하지만 때론 세련되어 보이는 옷들이 눈에 뜨인다. 사람의 목소리에는 여러 가지 색깔이 있는데 기억나는 뮤지션들의 목소리들은 걸러지지 않는 묘한 끌림이 있듯이 옷 역시 시간마다 다른 매력이 숨겨져 있다.

MG0A7056_resize.JPG

여자의 옷과 남자의 옷을 입어보고 사진도 찍어보고 산양면을 마음껏 걸어볼 수 있다. 인생의 맛을 다 맛보았을 것 같은 중년의 피아니스트가 피아노의 선율로 첫 장을 열고 이어 고전적인 여자의 목소리가 궁금증을 더하듯이 새로운 감각을 부여할 수 있다.

MG0A7062_resize.JPG

역시 남자는 화이트가 가장 잘 어울리는 듯하다. 화이트 셔츠가 잘 어울리면서 몸이 보일 듯 말 듯 잘 보이는 선이 느껴지는 남자의 디테일이 매력 있다.

MG0A7066_resize.JPG
MG0A7070_resize.JPG

전국에는 적지 않은 적산가옥이 있었는데 일본의 잔재라고 해서 많이 사라졌다. 그렇지만 그것 역시 역사의 한 순간이기에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근대문화유산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과거로부터 현재를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MG0A7079_resize.JPG

구 문경 금융조합 사택에서 나와서 조금만 나오면 구곡 길이 있다. 조금 더 과거로 돌아가서 선비들이 걸었다는 구곡 길을 걸어본다. 선비들이 좋은 곳만 찾아다녔다기보다는 본성을 깨닫기 위해 도학에 몰입하였는데 그중에 자연을 도에 이르는 첩경으로 생각했는데 문경에는 그런 길들이 많다.

MG0A7080_resize.JPG

구곡 로드의 시작점에서는 연못이 만들어져 있었다. 수선화가 아름답게 피어나는 곳이다. 청대구곡(우암, 벽정, 죽림, 가암, 청대, 구잔, 관암, 벌암, 소호), 석문구곡(농청대, 주암, 우암대, 벽입암, 구룡판, 반정, 광탄, 아천, 석문정), 산양구곡(창주, 존도봉, 창병, 형제암, 암대, 상주, 근품산, 구룡판, 반정)이 문경에 있다.

MG0A7087_resize.JPG
MG0A7088_resize.JPG

문경의 구곡은 아홉굽이라는 뜻으로 물줄기나 산이 굽어진 곳으로 산속을 굽이굽이 흐르는 물줄기 가운데 풍광이 아름다운 풍광이 있는 아홉 개의 굽이를 말한다. 10개는 많고 9개는 충만하다고 생각했던 것일까. 과거는 지나간 것이지만 과거에 가치 있었던 것들은 새롭게 재해석될 수가 있다. 매년 똑같아 보이는 수선화조차 올해 보면 다르게 느껴질 수 있다.


2020년문경시SNS기자단.png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우연한 풍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