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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Jun 09. 2020

섬진강 토지길

뭇 생명들이 꽃을 피우는 공간

간혹 사람들이 헷갈리는 사람 중에 최부자가 있다. 실존인물이었던 경주의 최부자와 박경리가 지은 장편소설의 주인공인 하동의 최부자 혹은 최참판댁이 동인 인물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둘 다 전통적 지주 계층이었지만 삶을 선택하는 방식은 달랐다. 경주의 최부자가 노블레스 오블리제한 삶을 살았다면 토지 속의 최참판댁은 그런 삶을 살지 않았다. 한말의 사회적 전환기 속에 휩쓸려갔던 하동의 최부자와 주도적인 삶을 살았던 경주의 최부자는 달랐다. 

섬진강변은 문화생태탐방로이며 섬진강을 따라 걸어볼 수 있는 토지길이 조성이 되어 있다. 이 토지길은 수십km에 이어지는데 중간중간에 편의시설인 화장실이나 공원이 자리하고 있다. 

소설 토지의 시간적 배경은 1897년 한가위에서부터 1908년 5월까지인데, 평사리라는 전형적 농촌마을을 무대로 하여 이야기가 전개된다. 가부장 체제가 붕괴되고 노비와 양반으로 구분되면 신분질서의 붕괴뿐만이 아니라 전통적인 농업경제에서 화폐경제로의 본격적인 전환을 통해 도시가 경제의 중심지로 떠오르게 된다. 

얼마나 오랜 시간이 지났을까. 20세기만 하더라도 도시의 폭발적인 성장으로 인해 지방과 대도시와의 불균형적인 발전을 이루었다. 하동의 평사리와 같은 농촌은 가끔 찾는 여행지로만 생각되다가 21세기 들어 자연과 균형적인 삶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섬진강을 따라가면 토지를 쓴 박경리의 관점에서 간난(艱難)한 현실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한(恨)과 강인한 생명력에 대해 서사적인 부분을 생각할 수 있다. 

섬진강의 섬이 두꺼비를 의미하기 때문에 곳곳에 두꺼비와 관련된 이야기가 있다. 두꺼비는 복의 상징이기도 하지만 믿음 혹은 신뢰를 의미하기도 한다. 

다시 평사리공원까지 오게 되었다. 요즘에는 대부분의 공공공원에서는 금연인 경우가 많다. 

모래밭이 이렇게 넓게  보존된 강은 많지 않다. 한강 역시 오래전에 이런 모습이었지만 도시개발로 인해 모래밭은 모두 사라졌다. 토지는 지금도 중요하지만 미래에도 무척 중요한 자원이다. 그리고 최근 코로나 19가 발생하게 된 원인에도 토지를 꼽는 연구도 나왔다. 인간의 토지 이용 가운데 산림벌채와 도시개발을 가장 심각한 요인으로 꼽았는데 기후변화도 인수공통 감염병의 출현을 촉발하는 원인으로 꼽고 있다. 

사람이 많이 모여 살지 않기에 드넓은 모래밭이 남아 있는 하동의 섬진강은  개치 나루터부터 섬진강변, 화개장터로 이어지며 뭇 생명들이 꽃을 피우는 소설 토지의 배경이기도 하다. 

박경리의 토지 속에 최부자가 얼마나 현실적이었으며 사람들이 경주 최부자 혹은 최부자라고 하면 하동 최참판댁을 떠올릴까. 소설은 현실이 아니지만 더 현실같이 그려지며 당시 시대상을 반영할 때 사람들의 공감을 얻게 된다. 하동의 섬진강에서 다시 토지를 떠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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