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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Aug 22. 2020

월영 (月影)

달빛이 들려주는 청당루

날이 더워서 그런지 밤에 다니는 것이 더 마음이 편하고 걸으면서 여유를 느낄 수 있는 것 같다. 보통 대도시가 아니면 조명이 잘 설치가 되어 있지 않아서 지방의 한적한 곳에 잘 가지 않는 편인데 청안면의 다목적광장은 조명이 잘 설치가 되어 있어서 밤에도 돌아다닐만한 풍광을 보여준다. 달빛을 벗 삼아 청안면의 다목적광장과 멋진 정자인 청당루를 바라보았다. 

사람이 많이 살지 않더라도 조명이 켜져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곳들이 있다. 괴산에 있는 화양구곡도 그런 곳 중 하나이지만 밤에는 조명이 거의 없어 아름다운 9개의 구곡을 만나볼 수 없어 아쉽다. 

오늘도 특별할 것 없는 일상생활 속 풍경을 거리낌 없이 글로 표현하는 것이 일상의 미학이다. 일상에 숨결을 불어넣고 생명을 부여하는 것은 이렇게 글로 옮기는 것에 있다. 사람 한 명 보이지 않는 곳이지만 월영 속에 야행을 해보았다.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곳을 걷는 것도 좋지만 소소한 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좋다. 

청당루는 낮에는 여러 번 보았지만 밤에 와서 월영 속에 자리한 것을 본 것은 처음이다. 갑자기 청당루가 보고 싶어서 이곳을 찾아온 것이 만족스럽다. 한국의 국기는 그렇지 않지만 전 세계의 많은 국가들의 국기에는 별이 있다. 미국, 이스라엘, 베네수엘라, 중국, 이라크, 미얀마 등에서 별을 볼 수 있다. 

인류가 밤이 주는 힘은 아주 오래전부터 느껴왔다. 청안면 다목적광장의 비오 밥 나무의 입사귀가 마치 하늘에 걸려 있는 별들처럼 보인다. 별을 가지고 점쳐보는 점성술은 그 기원이 클라우디우스 프톨레마이오스까지 올라간다. 

세상은 돌고 돈다. 다시 빛의 정원을 거닐어 보기 위해 청당루 옆쪽으로 걸어가 보았다. 이곳에는 달 모양의 조형물이 만들어져 있다. 달이 계속해서 지구 족으로 끌어당기기 때문에 달은 거의 원에 가까운 궤도를 따라 운동을 한다. 뉴턴은 이 힘을 중력(gravity)라고 불렀고 거리를 두고도 작용하는 힘이라고 보았다. 

잘 만들어진 공간이기에 청안면의 천연기념물 제65인 은행나무, 청안향교, 전국에 세 개뿐이 안 남아 있는 사마소중 하나가 이곳에 있다. 희화 나무도 있다. 오래된 건물들도 있으니 문화재 야행으로도 괜찮은 곳이다. 

물에 비친 청당루의 모습이 아름답다. 경주 안압지에서 보는 야경만큼 화려하지 않지만 홀로 물가에 있는 모습이 넉넉해 보인다. 

겨울에 추울 때는 춥다고 피한을 하고 여름에 더울 때는 덥다고 피서를 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참아야 할 때는 참고, 참지 않아야 할 때는 참지 않아야 한다. 서책 속 옛 사람과 자연 만물을 벗 삼아 고요하게 사는 것이 삶을 더 깊고 풍요롭게 한다. 코로나19에 가장 풍요롭게 보내는 방법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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