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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영 (月影)

달빛이 들려주는 청당루

날이 더워서 그런지 밤에 다니는 것이 더 마음이 편하고 걸으면서 여유를 느낄 수 있는 것 같다. 보통 대도시가 아니면 조명이 잘 설치가 되어 있지 않아서 지방의 한적한 곳에 잘 가지 않는 편인데 청안면의 다목적광장은 조명이 잘 설치가 되어 있어서 밤에도 돌아다닐만한 풍광을 보여준다. 달빛을 벗 삼아 청안면의 다목적광장과 멋진 정자인 청당루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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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많이 살지 않더라도 조명이 켜져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곳들이 있다. 괴산에 있는 화양구곡도 그런 곳 중 하나이지만 밤에는 조명이 거의 없어 아름다운 9개의 구곡을 만나볼 수 없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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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특별할 것 없는 일상생활 속 풍경을 거리낌 없이 글로 표현하는 것이 일상의 미학이다. 일상에 숨결을 불어넣고 생명을 부여하는 것은 이렇게 글로 옮기는 것에 있다. 사람 한 명 보이지 않는 곳이지만 월영 속에 야행을 해보았다.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곳을 걷는 것도 좋지만 소소한 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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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당루는 낮에는 여러 번 보았지만 밤에 와서 월영 속에 자리한 것을 본 것은 처음이다. 갑자기 청당루가 보고 싶어서 이곳을 찾아온 것이 만족스럽다. 한국의 국기는 그렇지 않지만 전 세계의 많은 국가들의 국기에는 별이 있다. 미국, 이스라엘, 베네수엘라, 중국, 이라크, 미얀마 등에서 별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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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가 밤이 주는 힘은 아주 오래전부터 느껴왔다. 청안면 다목적광장의 비오 밥 나무의 입사귀가 마치 하늘에 걸려 있는 별들처럼 보인다. 별을 가지고 점쳐보는 점성술은 그 기원이 클라우디우스 프톨레마이오스까지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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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돌고 돈다. 다시 빛의 정원을 거닐어 보기 위해 청당루 옆쪽으로 걸어가 보았다. 이곳에는 달 모양의 조형물이 만들어져 있다. 달이 계속해서 지구 족으로 끌어당기기 때문에 달은 거의 원에 가까운 궤도를 따라 운동을 한다. 뉴턴은 이 힘을 중력(gravity)라고 불렀고 거리를 두고도 작용하는 힘이라고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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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만들어진 공간이기에 청안면의 천연기념물 제65인 은행나무, 청안향교, 전국에 세 개뿐이 안 남아 있는 사마소중 하나가 이곳에 있다. 희화 나무도 있다. 오래된 건물들도 있으니 문화재 야행으로도 괜찮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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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에 비친 청당루의 모습이 아름답다. 경주 안압지에서 보는 야경만큼 화려하지 않지만 홀로 물가에 있는 모습이 넉넉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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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에 추울 때는 춥다고 피한을 하고 여름에 더울 때는 덥다고 피서를 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참아야 할 때는 참고, 참지 않아야 할 때는 참지 않아야 한다. 서책 속 옛 사람과 자연 만물을 벗 삼아 고요하게 사는 것이 삶을 더 깊고 풍요롭게 한다. 코로나19에 가장 풍요롭게 보내는 방법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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