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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Sep 08. 2020

마음의 소리

고령 가야금의 퍼져가는 파동

개인적으로 가야금의 울림을 좋아하기 때문인지 몰라도 오동나무의 공명판을 명주실이 튕겨내면서 기러기발이 만들어내는 음의 고저가 마음의 소리처럼 들리기도 한다. 고령에 있는 우륵박물관에서 전시된 정악 가야금도 있지만 보통 만나는 가야금은 산조가야금으로 현의 수를 늘려 음역을 넓히고 악기 크기를 조절하여 현대사회에 맞는 악기로 개량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고령은 회천이 휘감아도는 곳으로 대가야가 마지막까지 자리했던 곳이다. 대가야의 현악기로 가야고라고 불리었던  이 악기는 마지막 왕이었다는 가실왕이 당나라의 악기를 본떠서 만들었다고 하는데 우륵은 이 악기를 가지고 신라로 망명하여 여러 음악을 남기며 악사 대접을 받았다. 

가야금은 오동나무를 사용하는데 오동나무는 특이한 것이 베면 벨수록 더 좋아지고 빠르게 회복이 된다. 그리고 나무가 가지고 있는 진이나 탁하게 만들 수 있는 성분을 5년간에 걸쳐 빼야 맑은 소리가 난다. 명주실의 두께에 따라 음의 깊이가 달라지는데 여러 가닥을 많이 꼬으면 무겁지만 낮은 소리를 내고 조금 꼬으면 높은 소리를 낼 수 있다. 명주실을 현침에 끼우는 작업부터 하는데 그 후에 학슬에 연결하고 기러기발에 올려놓아 음을 맞춘다. 마지막으로 부들을 봉미에 매듭지면 되는데 이것 역시 장인에 의해 전해지게 된다. 

고령에 우륵박물관이 자리한 곳에는 가야금을 만드는 장인이 머물면서 가야금을 만들고 있다. 지금까지 가야금을 만드는 사람들을 여럿 보았는데 본격적인 연주를 하는 사람은 본 적은 없다. 가야금을 만드니 연주도 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명인들을 가야금을 만들고 음을 조율하는 데는 예민하나 연주와는 별개라고 한다.

가야금 같은 악기는 쇠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 모든 것이 자연 속에서 얻어지는 것으로 만들기 때문에 습기에 취약할 수 있다. 즉 습기를 머금을 수 있어서 보관환경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지하와 같은 공간은 전통악기에게 좋지 않다. 

국가적인 행사 등에서 아악이나 정악과 같은 정통 음악에 쓰이는 가야금을 풍류 가야금을 들을 수도 있지만 보통은 산조가야금의 연주를 듣게 된다. 가야금의 줄은 연주자의 바깥쪽부터 낮은음을 내는 굵은 줄을 사용하며 안쪽으로 올라올수록 음이 높아지고 줄의 굵기는 점차 가늘어진다. 소리를 하는 사람들도 기본적으로 가야금을 배운다. 

공명통의 오른쪽을 무릎 위에 비스듬히 올려놓고 왼손으로는 기러기발 바깥쪽을 눌렀다 놓았다 하면서 오른손으로 줄을 뜯거나 퉁겨 소리를 내는 것이 가야금의 연주법이다. 오동나무는 비중에 비해서 단단한 편이고 재질이 좋기로 널리 알려져 있는데 유세포와 물관의 비중이 높아서 잘 말리면 무늬가 아름답고 잘 뒤틀어지지 않게 거듭나는 것이다. 지금도 고령의 우륵박물관 뒤편에서는 비와 눈을 맞아가면서 오동나무가 단련이 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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