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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Sep 14. 2020

다른 삶

강경상고의 관사

데이비드 소로가 쓴 책 월든처럼 호숫가에 자리한 집은 아니지만 논산 강경상고의 오래된 관사를 보았을 때 그 에세이가 연상되었다. 마치 세계와 동떨어져 있는 것 같은 오래된 벽돌조의 건물은 이 사회에서 분리된 것 같아 보였다. 약 2년간 월든 호숫가에 살았던 대안적인 삶을 기록한 책인 월든에서는  최소한의 비용으로 단순하고 실험적인 삶을 살았던 모습을 볼 수 있다. 

강경으로 들어가는 입구에서 만나볼 수 있는 강경상고는 올해로 100주년을 맞이하는 역사의 학교로 100주년 기념식이 다음 달 24일에 열릴 예정이라고 한다. 

자연 속에 숨겨져 있는 것 같은 느낌의 관사로 들어가 본다. 강경상고의 역사와 함께 지금도 잘 보존되고 있는 근대건축물이다. 자연에 대한 경이, 영적 자아를 발견하는 과정을 유려한 문체로 그린 월든과 어울리는 건물이 아닐까. 그는 나이가 들었다고 해서 현명해지지 않는다고 말했던 사람이다. 노인들 자신의 경험도 아주 부분적인 것에 불과하고, 그들의 삶도 개인적인 이유로 비참하게 실패한 삶일 수 있기에 꾸준한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누군가를 가르치는 일은 많은 노력과 생각을 해야 한다. 강경상고 건물은 1931년에 세워졌는데 붉은색 벽돌로 지어졌고 지붕 끝을 높이 솟구쳐 올려 날렵한 모양을 하고 있다. 일제 강점기여서 한국 전통적 구조에 일본식 건축 양식이 가미하였다. 

하버드 대학을 졸업한 헨리 데이비드 소로도 형과 함께 사립학교를 열어 잠시 교사 생활을 한 뒤 목수, 석공, 토지측량 등 시간제로 일하며 대부분 시간을 산책과 독서, 글쓰기에 할애했었다. 

자발적 고립을 통해 다른 삶도 가능하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었던 것처럼 이곳에서의 시간은 잠시였지만 침묵과 고요만 느껴졌다. 옛날에는 학교 안에 관사가 있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지금은 그런 학교는 거의 없다. 

관사(官舍)는 일반적으로 민간 부문의 주택 또는 집합 주거단지인 사택(舍宅, 社宅)과 달리 공공 부문의 주택이다. 이 시대에 지어진 관사들은 실내 화장실과 실내 목욕탕 설치, 다다미 사용 및 연속되는 방 배열 등 일본의 근대화된 주거 양식을 바탕으로 한국 기후에 적응한 온돌의 설치 등 한·일 양식의 절충 형식을 보여주고 있다. 대전 테미 오래에 있는 충청남도지사 관사도 이보다 규모는 크지만 비슷한 형식이다. 


"우리는 길을 잃은 뒤에야, 바꿔 말하면 세상을 잃은 뒤에야 비로소 자신을 찾기 시작하고, 우리가 지금 어디쯤 있는지, 세상과의 관계는 얼마나 무한한지를 깨닫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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