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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Sep 19. 2020

바로 세우는 일

배우는 일이야 말로 향교의 가치

삶은 현실이며 미래는 준비다. 잘 배운 사람이 많을수록 사회에서 생기는 온갖 범죄나 사기 등은 줄어들게 된다. 여기서 배우는 일이란 일을 하기 위해 배우는 영어나 수학 혹은 법률, 의학 등이 아니다. 그걸 배웠다고 해서 품성이나 고귀함이 생기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는 흉악한 범죄가 생기고 나서야 그 사람을 탓을 한다. 최근 인천시의 라면 화재로 다시 사회의 소외계층이 부각되고 있지만 곧 잊히게 될 것이다. 배우는 것을 돈이 많이 버는 것이나 남들보다 잘 나가기 위한 것으로 생각하면 바뀌지가 않는다. 

괴산의 연풍이라고 하면 시골 같아 보이지만 어엿한 중심지였던 곳이다. 연풍에는 연풍향교가 자리하고 있는데 이곳에 오면 소학이 생각난다. 김굉필은 소학에 빠져 살면서 글공부는 아직도 천기를 알지 못하지만 소학 책 속에서는 어제까지의 잘못을 깨달았노라라고 소학을 존중하였다. 그는 서른이 넘어서야 비로소 다른 책을 읽었다고 한다. 

몸이 바로 서지 못했는데 영어를 공부시키는 부모들이 많다. 한글을 잘 배우는 것은 삶을 결정짓는 중요한 도덕적 기준을 제공해준다. 일상생활을 올바르게 확립하는 것이 모든 공부의 시작이요 끝이다. 

향교는 오늘날의 교육방식과 많이 달랐다. 소학은 지식인들의 필독서이자 초학 교재로 성가를 드날렸는데 물 뿌리고 청소하며 응대하고 나아가고 물러나는 예절과 어버이를 사랑하고 스승을 높이고 벗을 친히 하는 도리가 담겨 있다. 

날이 참 좋은 날 연풍향교를 찾았더니 명륜당 건물이 더 또렷해 보였다. 시골의 학동들은 명륜당의 의미처럼 윤리를 밝게 밝히는 공부를 하며 자신의 일상을 규모 있게 만들어나갔다.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들은 책과 지식을 어떤 관점으로 대하고 있는지 되돌아보아야 한다. 

어려운 시험을 통과한 것은 노력한 것으로 칭찬을 받을만하지만 존경받을만한 가치까지 가졌다고 볼 수는 없다. 자신이 낳은 아이들을 보살피지 않고 이해받지 못할 범죄를 저지르는 것에 대해서는 분노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돌아보지 않는다. 군자는 자신을 돌이키고 소인은 남의 탓부터 한다. 오래전부터 형식과 내면의 조화를 추구해왔지만 현재는 형식만 중요시하는 듯하다. 

어릴 때 천자문을 배운 적이 있었는데 초등학교 저학년 때 천자를 모두 외우는 것이 쉽지가 않았다. 현재 전하는 가장 오래된 천자문은 선조 8년(1575년)에 전라도 광주에서 간행된 광주 천자문이지만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선조 16년(1583년)에 간행된 석봉천자문이다. 선조의 명에 의해 석봉 한호가 글씨를 쓴 것이다. 

연풍향교는 1515년(중종 10)에  현유(賢儒)의 위패를 봉안, 배향하고 지방민의 교육과 교화를 위하여 창건되었는데 공교롭게도 중종 24년조 기록에 처음 글을 읽는데 소용이 되는 천자문, 유합, 현토 소학 등을 궁궐 안으로 들이라는 내용이 조선왕조실록이 등장한다. 당시 연풍향교에서 공부하는 유생들도 천자문을 읽지 않았을까. 특이하게도 천자문은 점의 일종인 파자점을 칠 때도 활용이 되었다. 궁금한 것을 물으려 할 때 아무 페이지나 펴서 글자 하나를 무작위로 찍어서 그 내용을 연결해서 알려준 것이다. 현재 연풍향교는 충청북도 유형문화재 제103호로 지정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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