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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Sep 20. 2020

고향 (故鄕)

조금은 다른 2020년의 추석

한 곳에서 정착을 하고 계속 살아온 사람들도 있지만 지금도 고향을 떠나 서울이나 대도시로 학교나 직장 때문에 옮긴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리고 설날이나 추석 같은 명절 때 고향을 찾아서 방문한다. 고향은 공간이며 시간이며 마음이라는 세 요소가 불가분의 관계로 생각되는 곳이다. 고향을 찾아가는 과정 속에서 자신의 근본을 찾는 의미를 찾아가는 길이다. 그렇지만 올해의 고향은 자신의 일상보다 건강의 챙김이 필요한 때인 듯하다. 

오래간만에 음성군의 소이면을 찾았다. 소이면 중앙부에는 음성읍에서 흐르는 음성천이 동류하면서 넓은 하곡 평야를 이루고 있는데 벼농사를 주로 하고 있으며 특산물로는 고추, 사과, 단옥수수, 수박 등이 있기에 수많은 농산물이 나는 전형적인 농촌의 모습을 하고 있는 곳이다. 

본래 충주군 사이포면의 이름을 따서 사이면이라 불렸던 곳이지만 지금은 음성에 속하게 된 지역이다. 세대 변천에서 고향은 이전의 멋있는 땅으로만 존재하지 않아서 고향에서 옛 정취를 느끼게 되는 것이다.  도시로 떠나온 사람은 이전 어릴 적의 고향을 생각할 때 고정된 이전 모습을 바뀌지 않은 것을 기대한다. 

소이면에는 소이역이라는 간이역이 있는데 간이역을 활용하여 지역경제활성화를 꾀하고 있다. 올해는 코로나 19로 인해 역과 공간 활용이 되고 있지 않지만 추후 폐역이 된 간이역은 여러 가지 활용도가 높을 듯하다. 군은 소이면 6개 마을을 '생명사랑마을'로 지정해 우울·자살 고위험군을 집중 관리하고 있기도 하다. 

명절 때 도시로 떠났던 사람들이 고향을 찾아오면서 잠시의 활기와 에너지가 넘치기도 하지만 올해는 차분할 수밖에 없다. 소 한 마리가 큰 자산이었을 때도 있지만 지금은 우리는 식재료로 더 많이 생각하고 있다. 

이제 1인 가구의 비중은 상당히 높아지고 있으면서 사회적으로 적지 않은 파장이 일어나고 있다. 도시나 농촌 모두 1인 가구는 결국 사회안전망의 확대를 필요로 한다. 고향 마을은 고향집의 공간적인 확대이면서 어떤 문화 형태를 형성하기에 같은 고향사람들은 공감하는 것이 보통의 감정이다. 

지역격차가 확대되고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지역화폐가 활성화되고 있는 요즘 돌아가야 한다는 당위와 갈 수 없다는 현실의 간격 속에 고향은 존재해왔다. 한해의 풍요를 느끼면서 같이 즐거워할 추석이지만 올해는 마음만으로 서로를 생각해야 할 듯하다. 

음성의 소이면에 그려진 벽화는 농사와 관련된 것들이 많다. 조선 헌종 때 정학유(丁學游)가 지은 농가월령가(農家月令歌)에서 9 월령에서는 계추(季秋)인 9월의 절기와 늦어지는 가을 추수의 이모저모, 그리고 풍요함 속에 피어나는 이웃 간의 온정을 노래하고 있다. 다음 주부터 시작되는 추석이지만 마음은 풍요롭게 몸은 멀리 하는 것이 2020년 추석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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