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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Sep 23. 2020

살아있음의 가치

통영의 한 수목원을 거닐며 생각하다. 

정말 오래간만에 살아있음을 만나볼 수 있었다. 크기는 장수말벌 크기에 불과하고  작은 벌새는 몸이 5cm이고 몸무게는 2.8g에 불과하지만 모습이 아름다워 나는 보석이라고도 불리며 주로 혼자 생활하며 용감하고 겁이 없다고 하는데 벌새와 비슷한 모습이었다. 다른 곤충 등은 사람이 다가가면 잽싸게 피하기에 바쁜데 이 존재는 자신이 할 일을 하고 있었다. 소소하고 살아 있는 것에 가치를 잘 느끼지 못하는 사람은 큰 그림이라던가 미래를 보기가 쉽지 않다. 아주 작은 것이라도 살아있다면 능동적이며 아름답지만 물질은 단순히 피동적이며 다른 존재에 의해서만 평가되게 된다. 

햇살과 자연과 그 속에 소중함을 안다면 그것만으로 풍족함을 느끼지만 거기에서 자신이 나아갈 수 있는 방향이나 길이 보이기 시작한다. 자신 스스로가 진짜 원하는 것과 가고 싶은 방향이 보이는 것이다. 돈은 중요하지만 돈은 자신을 존중하는 사람에게만 가치 있게 머물러 주기에 조심스럽다. 그렇지만 자연은 아무 조건 없이 주기만 하는 것 같다. 

여름이 지나가고 낮과 밤이 공평하게 시간을 나누어가지는 춘분에 산유골 수목원을 찾았다. 정확하게 말하면 낮과 밤의 시간이 똑같아지는 시간은 9월 25일 경이되겠지만 미묘한 차이이니 춘분이 공평하다고 생각하는 것도 좋을 듯하다. 산유골이라는 이름이 붙은 만큼 이곳이 골짜기라는 것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수목원이지만 수목원 같지 않고 자연스럽게 조성된 공간처럼 보인다. 

사람들이 아무도 찾지 않는 시간에 와서 그런지 몰라도 새소리와 물소리, 자연소리가 자연스럽게 이곳저곳에서 들려온다. 자연 속에서 머무를 때 이런 모습들을 볼 수 있다. 필자만의 공간과 시간을 가질 수 있는 뜻깊은 시간이기도 하다. 

최근에 이슈가 되었던 조세연의 지역화폐와 관련된 보고서도 생각하고 23일 테슬라가 배터리 데이에서 발표할 내용들을 생각하며 미래의 변화를 생각하기도 했다. 기술은 기술이고 자연은 자연이다. 향후 5년 동안은 극적으로 많은 변화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최근 바리스타 로봇가 내리는 커피가 상당히 맛이 좋았는데 결국 코로나 19로 인해 조금 더 빨리 확산될 것 같다. 

변하지 않는 고유한 가치는 자연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른 아침 혹은 낮에 만나는 자연의 가치를 안다면 모든 것에 대한 소중함을 알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벌새는 꽃 속의 꿀을 먹기 위해 1초에 수십 번씩 날갯짓을 한다고 한다. 가장 빠른 신진대사를 가진 벌새는 에너지를 절약하기 위해 밤에는 체온을 낮춘다는 연구 결과가 최근에 나왔다고 한다. 

사람 역시 앞서 나가기 위해 에너지를 축적하는 일과 정서적으로 안정적이 되는 것은 필요하다. 너무 빠르게 살고 남보다 잘살기 위해서만 너무 달려왔던 것은 아닌지 돌아보기에 좋은 시간이다. 추석 때는 고향을 찾는 것보다 많은 사람들이 찾는 여행지보다 조금은 한적하면서 생각해볼 수 있는 여행지를 선택해보자. 

이렇게 풍성한 감성을 느끼는 것도 오래간만이다. 산유골 수목원의 곳곳에 에너지가 넘쳤고 나무에 손을 대고 가만히 있어도 무언가 말해주는 느낌이 들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인생에서 일희일비는 그다지 의미가 있어 보이지 않는다. 어차피 자신이 원하는 것이 있다면 자신에게 물어보면 될 일이다. 통영의 산유골 수목원에는 다양한 수목과 꽃 그리고 자연, 곤충, 새, 풍광이 있다. 

통영시는 산양읍 신전리에 자리한 산유골 수목 정원을 더 접근성 있게 만들기 위해 내년부터 2025년까지 5년 동안 공원화한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현재 적지 배롱나무 외에 4,585여 본의 수목이 식재되어 있는 곳이지만 외지인들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 않아서 관광 자원화되지는 않았다. 장소적 한계성이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많이 알려져 있지 않아서 좋은 것도 있다. 

입구까지 들어오는 진입도로도 넓지 않고 전체적으로 아담한 느낌이지만 통영만의 자연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 정원은 고 김운초 선생이 사재로 국내외 희귀 수목을 수집해서 국제 식물원을 조성하다가 별세한 후 통영시에서 매입해서 현재까지 정비, 보완, 관리 중에 있는 곳이다. 살아있음의 가치는 능동적이지만 물질적 것의 가치는 피동적이기에 채워지지 않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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