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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Sep 26. 2020

깨달음과 깨우침

생각하기 나름에 따라 세상은 보인다.

세상에는 스스로의 감옥에 갇혀서 사는 사람이 적지 않다. 사물의 본질이나 진리 따위의 숨은 참뜻을 비로소 제대로 이해하는 깨달음과 자기 자신의 아집을 깨고 자기 밖으로 나아가 너와 더불게 되는 깨우침은 인생에서 중요한 진보를 할 수 있게 해 준다.  깨달음과 깨우침을 이야기하는 데 있어서 가장 먼저 생각나는 사람은 원효대사다. 원하는 것은 얻기 위해 중국으로 가려다가 굴속에서 해골에 담긴 물을 마시고 깨우쳤다는 그는 스스로의 길을 개척했던 사람이다. 

원효대사가 창건했다는 통영의 안정사는 이번이 두 번째 발걸음이다. 한 번은 아래에서 찾아가 보았으니 이번에는 다른 길로 돌아서 가보았다. 안정사의 현존하는 당우로는 대웅전을 비롯하여 명부전·나한전·칠성각·응향각(凝香閣)·만세루·탐진당·광화문·범종루·천왕문·요사채 등이 있다. 


입구에서부터 천년의 고찰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있는데 주차장에서 5분 정도를 걸어가면 안정사에 도달할 수 있다. 코로나 19 바이러스가 엄청난 속도로 세상을 해체하고 재조립하는 와중에도 안정사는 고요하기만 했다. 

현재를 살아가고 있지만 우리의 조상들 역시 전염병, 태풍, 지진을 극복하면서 후손을 낳아 길렀고, 지금의 우리에 이르렀다. 많은 발전을 이루어내고 있지만 우리의 내적 능력은 어떨까. 불확실성은 확장되어가고 있지만 차분하게 이 시간을 견뎌내는 능력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듯하다. 

명상으로 공감, 자비심, 인지능력, 감정 회복력이 증진된다고 하는데 모기도 그 자취를 감추고 춥지도 덥지도 않은 이때가 가장 좋은 시간이기도 하다.  불교, 이슬람, 기독교 모두 안식일이 있는데 보름달이나 초승달이 뜰 때 주기적으로 침묵 시간을 가지면, 정말 중요한 문제와 가짜 문제를 분별할 수 있다고 한다. 

쓰임이 있었던 물건들도 통영의 안정사에서는 만나볼 수 있었다. 가난한 사람은 하고 싶어도 생계 문제로 수행을 할 시간이 없고, 부자는 시간은 있지만 누릴 것이 많아 수행을 지속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미 낡아버린 열심히라는 단어보다는 마음속의 나아감이 필요한 시간이다. 

 “무릇 중생의 마음은 원융하여 걸림이 없는 것이니, 태연하기가 허공과 같고 잠잠하기가 오히려 바다와 같으므로 평등하여 차별상(差別相)이 없다.”라고 말했던 원효대사의 가르침이 있는 곳이다. 

통영 안정사에서는  목조지장시왕·지장보살상과 제4대왕 오관대왕상에서 복장 발원문을 비롯하여 후령통, 경전류 등이 발견되었다.  복장 발원문을 통해 조성 시기와 조성에 관여한 인물을 파악할 수 있어 조선 후기 불교조각사와 조각승 계보 문제, 명부신앙 연구 등에 중요한 자료라고 한다. 

추분이 지나고 나서 해가 빨리 떨어지기 시작했다. 이제 6시만 넘으면 어둑어둑해지는 것이 가을에 성큼 들어온 것을 알 수 있다. 해안선을 따라 이어지는 빼어난 경치 속에 통영 안정사도 있다. 안정사의 주변의 지명들을 살펴보면 지석골이라는 곳이 있는데 그 유래는 종이와 관련된 것이기도 하다. 통영 안정사에서는 종이를 만들어서 한양으로 보냈는데 지금이야 흔하지만 종이는 조선 최고의 진상품이었다. 

통영 안정사의 전통과 의식의 원형이 있는 안정사 영산재는 신라 태종 무열왕 원년에 원효대사께서 안정사를 창건한 이래 산내암자로 12사암을 두었고, 불교 전통의식이 계승 발전되어 왔다고 한다. 

통영에서는 멀지 않은 곳의 섬에는 닥나무들이 많이 자라고 있는데 닥나무는 한지의 주재료이기도 하다. 후대에 '딱섬'을 한자로 표기하는 과정에 '닥나무 저(楮)'의 음차를 빌려 '저도'가 됐다는 이야기도 있다. 원효대사의 생각이 담긴 통영 안정사를 둘러보고 통영의 밤바다를 보며 내려가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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