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의 무게

가을밤과 은행이 있는 신경섭 고택

현재라는 시점의 무게를 잴 수 있다면 얼마나 될까. 올해 노벨 물리학상의 영예는 우주 블랙홀 연구에 기여한 세명의 학자에 돌아갔는데 이들은 블랙홀 형태의 새로운 측면과 우리 은하 중심부의 초질량 복합체를 새롭게 발견한 공로를 인정받아 공동 수상자가 된 것이다. 블랙홀에서 가장 먼저 연상되는 것은 시간과 빛이다. 인터스텔라 같은 영화에서는 블랙홀에서의 시간은 순차적으로 그려지지는 않지만 그 안에서의 변화는 아무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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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게감이 느껴지는 것은 오직 이 순간 현재뿐이다. 세상에는 알지 못하는 변화도 수없이 많다. 사계절이 지나가면서 밤이 익고 난 후에 은행나무의 색이 황금색으로 물들어가기 시작한다. 우리의 관점에서는 먹을 수 있는 것과 먹지 못하는 것 그리고 분해되어 자연 속으로 돌아가는 것들도 있다. 보령의 신경섭 고택에는 은행나무뿐만이 아니라 밤나무도 적지 않게 심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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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 주가 시작되고 하루가 시작되었다. 끊임없이 현재의 무게를 느끼면서 시간을 보내본다. 충청남도 관광자원 중 최고(最高)·최고(最古)·최대(最大)·최장(最長)·유일(唯一)·특이(特異) 관광자원 55건을 추린 것으로, ‘충남으로 오시오(55)’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데 최대(最大) 보령의 장현리에는 가을 은행나무가 환상적으로 보이는 신경섭 고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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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현재의 무게는 딱 밤 세 개만큼의 무게였다. 한 손에는 카메라가 들려 있고 주머니에 넣기도 마땅치 않고 한 손에 들고 있기에 밤 세알이 딱 적당했다. 이미 대부분의 밤은 모두 수확을 한 듯 떨어져 있는 밤이 잘 눈에 뜨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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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나 기억은 생각만큼 정확하지 않다. 아주 단편적으로 기억되고 생각은 왜곡된다. 분명해 보였지만 분명해 보이지 않으며 가을 하늘 구름처럼 화창했다가 사라진다. 어제 분명히 화창하고 아름다운 구름을 봤는데 어느새 그 흔적도 남기지 않고 사라져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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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확실하게 느낄 수 있는 것은 현재의 무게뿐이다. 시간으로 평가하는 것은 과정을 중시하는 것이며 시간의 자산을 늘이는 방법은 가치를 생산하거나 생각하는 것이다. 아름다운 것과 의미만을 찾기에도 시간이라는 자산은 너무나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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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과 공간의 미학이 담긴 고택은 햇빛 바랜 역사를 오롯이 담아 후손에게 고스란히 돌려주었다. 코로나 19로 안 해 마음의 결핍도 커지고 사회적 피로도가 증가되고 있다. 우리가 오래되었다고 하는 고택의 시간도 우주의 관점에서 보면 찰나의 시간이겠지만 하늘·땅·사람 모두 이로운 우주의 섭리와 자연과의 조화를 이루는 ‘삶’의 한 부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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