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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Oct 24. 2020

여유 한 모금

김제의 카페에서 보낸 시간

상강이라는 절기가 지나간 가을날 맑은 날 오후 오래간만에 여유를 만끽하기 위해 김제의 한 카페로 들어섰다. 각자 어디서 왔는지도 모르고 서로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이지만 각기 코로나 19에 거리를 두고 카페의 곳곳에 자리를 잡았다. 약간은 쌀쌀한 온도에 서로 조금씩 경계하기도 하고 낯설어하기도 하던 사람들은 카페를 찾아와 음료 등을 주문하고 지인들과 함께 마시며 몸과 마음을 녹이고 다음 주를 준비하고 있다. 

요즘 같은 때에는 물 한 모금 혹은 여유 한 모금이 필요한 때이기도 하다.  아름답고 아늑한 분위기의 카페들이 때론 팍팍한 현실을 사는 우리의 가슴을 따스하게 어루만져 주는지도 모른다. 

김제의 모악산의 주변에 자리한 카페들은 대부분은 물이 콘셉트로 앞에 조성이 되어 있다. 사람의 생활은 예단하는 것보다는 때론 따뜻하게 바라보는 것이 필요한 때가 있다. 여유 한 모금의 사랑을 추구할 뿐만 아니라, 분위기 자체가 가파른 세상살이에 대한 여유 한 모금의 의미를 찾아보는 것이 필요하다. 

철로 만들어진 작품인데 빨간색의 연잎들이 조금은 독특해 보인다. 철이 빨갛게 되는 것은 결국 자연 속으로 들어가기 위한 준비를 하는 것이다. 

위로의 휴식이 필요하지만 요즘은 그것도 쉽지는 않다. 어디를 가던지 자신의 정보를 입력하는 것은 물론이고 체온을 재야 하는 것이 일상이 되어버렸다. 

매우 건강해 보이는 음료를 한 잔 주문하고 다른 음료는 컵에 커피를 담을 때도 미리 컵을 뜨거운 물로 헹궈 미묘한 온도 감과 깨끗한 맛을 지켰을 것 같은 아주 달달해서 우유를 섞어야 할 것 같은 음료를 주문했다. 

단풍의 색이 잘 들어 있어서 야외의 온실과 어울려 보였다. 깊이를 알 수 없는 청명한 하늘이지만 차가워지는 대지의 사이를 메우는 서늘하지만 때론 따뜻한 가을 냄새가 물씬 묻어 나오는 풍경이다. 

이렇게 보니 카페가 마치 천주교의 교회 같은 분위기도 풍겨 난다. 

오늘도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사람의 고귀한 가치는 누군가가 매겨주는 것이 아니라 자신 스스로가 발견하고 부여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시간이 오래 걸리며 자기 확신이 필요하다. 서로를 보듬으며 여유의 한 모금을 같이 느끼다 보면 서로의 가치는 충분하게 채워지게 된다. 오늘 당신의 여유 한 모금은 어디에서 찾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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