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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Nov 30. 2020

생각의 근육

11월 마지막 날에 만나본 고흐

사람이 오래 살기 위해서 키워야 하는 것 중에 하나가 근육이다. 잘 다듬어진 신체적인 근육은 보기에도 좋지만 오래 건강하게 살 수 있는 가능성도 높여 준다. 몸의 근육을 잘 다듬기 위해서는 균형적인 운동과 꾸준함이 필요하다. 의학적이나 단백질 등의 도움 없이 몸의 근육을 키우는 것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 대신 요요현상 등의 단점은 비교적 적다. 그렇다면 생각의 근육은 어떨까. 신체적인 근육은 도움을 줄 수 있는 체육시설이나 사람이 있지만 생각의 근육은 대부분 혼자 해내야 하고 아주 오래 걸린다. 그렇기에 생각의 근육을 키우는 것은 외면하는 편이다. 

보통 금강자연비엔날레는 초반에 가보곤 했는데 이번에는 끝물에 가보았다. 올해의 주제는 신(新)섞기시대로 말 그대로 인간 본연의 특성인 사고능력을 바탕으로 과거 신석기시대를 오늘날 새롭게 나아가는 것을 담론으로 하여 만들어진 비엔날레다. 자연을 대상으로 한 수렵에서 도구의 발달로 농사를 짓고 가축을 키우면서 자연 속에서 집단활동의 기반을 만들어냈다. 

어떤 노벨상 수상자는 일을 상당히 잘하는 사람을 살펴보았더니 글을 잘 쓴다는 공통점이 있었다고 한다. 글을 잘 쓴다는 것은 자신의 생각이나 주제와 결과를 체계적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읽고, 쓰고, 말하고, 습득하고 표현하는 일을 계속적으로 반복하면 생각의 근육은 커지게 된다. 보통 남성과 여성의 대화방식이 다른 이유는 기본적으로 여성이 가진 생각의 근육이 유연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노력하지 않는 한 남성 생각의 근육은 경직되어 있기 때문에 복잡한 대화를 회피하는 경향이 있다. 

올해의 주제는 신섞기시대였지만 개인적으로 받은 느낌은 생각의 근육의 본질이었다. 생각의 근육이 발달되지 않는 사람이 잘 다져진 사람과 대화를 하면 머리가 아파지게 된다. 운동을 하지 않은 사람이 겪한 운동을 했을 때 몸에 근육통이 생기는 것과 비슷하게 생각하면 된다. 입구의 작품은 고요함 속에 자신과 대화를 하는 자신을 연상시킨다. 

예술작품들을 보면 각각 고유한 개성과 사연, 때론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는 아름다움, 전율을 일으키는 즐거움까지 있다. 이곳에는 자연미술이라는 도그마가 있는 시간과 동시대 담론과 신선한 시각으로 재해석한 작가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올해의 환경변화 때문인지 몰라도 우리는 자연에 많은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물론 그냥 일상처럼 살아가고 자연훼손이나 환경변화보다는 코로나 19가 더 큰 메시지로 다가오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어느분야를 막론하고 예술가는 고통받는 천재라는 고정관념이 만연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고뇌하고 사색하고 끌어내는 과정 속에서 작품을 만들지만 만족은 좀처럼 되지 않을 때 스스로를 자책하며 숨어든다. 

고통받았던 화가라면 빈센트 반 고흐를 빼놓고 이야기하는 힘들 것이다. 강렬하고 풍부한 색채의 후기 낭만주의의 음악과도 어울릴 것 같은 그의 그림은 오늘날 많이 회자되고 있지만 그의 고통받았던 삶도 끊임없이 회자되고 있다. 

그와 비슷한 삶을 살았던 음악가를 생각하면 로브레트 슈만이 있다. 슈만의 삶은 사랑의 아름다움도 있었지만 강렬한 슬픔과 광기 어린 비탄으로도 가득 차 있었다. 그는 정신적으로 모순과 복잡함으로 가득한 분열된 인간이었다. 그는 계속해서 울리는 악마의 선율을 참지 못해 44세의 나이에 라인강에 몸을 던졌다가 가까스로 살아났는데 2년 뒤 정신 병원에서 세상을 떠났다. 

생각의 근육을 키우는 것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것은 삶을 풍요롭게 만들기도 하지만 사람과 사람과의 소통에서 본질을 끌어내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문제를 직시하지 않고 얼버부리며 넘어가려고 한다. 그렇지만 그 불씨는 남아 있다. 특히 남녀관계에서 그런 문제가 많이 불거진다. 

공주를 들어가고 나가는 길목에 커다란 고마와 공주캐릭터의 얼굴에도 마스크가 쓰여 있다. 마스크가 없어져도 되는 때가 오긴 하겠지만 위생이나 건강을 위한 마스크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많아질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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