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는 누군가 Dec 01. 2020

평온한 평화

칠곡 호국 기념공원의 밤

대부분의 사람들은 평화로운 세상을 원한다. 평화로운 세상이 평등한 세상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기본권인 생명권을 안전하게 유지할 수 있는 상태를 말한다. 평화라고 말하면 연꽃이 연상이 된다. 강이나 호수의 진흙에 뿌리를 내리는데 물속의 태양광 굴절 효과를 이겨내고 수면으로 향하는 길을 찾아낸다. 그리고 연꽃은 태양을 향해 돌아서서 꽃잎이 물에 닿지 않게 조심스레 꽃을 피운다. 어둠을 뚫고 나가서 환한 빛에서 꽃을 피우는 것이 연꽃이다. 

평화란 것은 전쟁이라는 진흙 속에서 피어나는 평온함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둠이 있어야 밝음이 있음을 알듯이 우리는 그 역사를 기억하기에 평화의 가치를 알 수 있는 것이다. 평화의 가치를 모른다면 전쟁의 참혹함도 모를 수 있다. 우리는 한국전쟁을 겪어보고 나서야 이념과 혐오가 만들어내는 왜곡이 얼마나 컸는지 알 수 있었다. 

칠곡에 가면 호국 기념공원이 조성이 되어 있는데 칠곡군의 중심에서 약간 벗어난 곳에 있지만 조명이 잘 설치가 되어 있어서 밤에 가서 봐도 괜찮은 곳이다. 칠곡군은 가장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던 곳이며 반격할 수 있는 교 두보였던 곳이기도 하다. 전쟁의 참혹함을 가장 잘 기억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연꽃을 상징하는 요가의 요가 자세는 골반을 통해 자세를 고정시킨다. 척추는 연꽃 줄기처럼 유연하면서도 곧다. 사람의 정수리에는 사하르라라 차크라가 위치해 있는데 활짝 핀 연꽃은 씨앗에 담긴 가능성의 실현, 존재의 가능성의 실현을 의미한다. 우리 힘만으로 연꽃을 피울 수 없으며 연꽃이 자라기를 지켜보듯이 감내하고 포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평온한 평화는 그렇게 만들어질 수 있다. 

한국전쟁이 어떻게 벌어졌고 어떻게 진행이 되었는지 주변에 벽화로 만들어져 있다. 아직 모든 혐오와 왜곡된 생각이 없어지지는 않았지만 같이 노력해야 지켜질 수 있다. 사람 개개인으로 본다면 악하지 않지만 단체가 되고 어떤 목적성을 가지게 되면 그 속에서 자신의 모습을 찾는 것이 쉽지 않다. 그것이 악인지 선인지 옳은 것인지 판단되지가 않는 것이다. 

국가차원에서 평화는 힘을 가질 수 있을 때 지켜질 수 있으며 상대방이 힘이 있을 때 전쟁을 생각하지 못하게 된다. 한국전쟁 직전 북한은 10개 북한군 사단 13만 명이 38선에 배치되었고, 10만 명의 예비군까지 후방에 조직되었다. 막강한 군사력을 갖추게 된 김일성은 이어 국내외 정세의 변화에 고무되어 무력통일을 가능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세상은 흑과 백으로만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렇지만 한국전쟁으로 인해 남과 북 모두에서 흑백논리의 사고방식이 크게 자라나 의식세계가 오랫동안 경직되었다. 칠곡군에는 한국전쟁 당시 북한군 포로가 된 미군 장병 41명이 집단 학살당한 칠곡 왜관읍 석전리·아곡리와 석적읍 중지리에 있는 자고산이 있다. 12월 1일 이곳에  '평화 전망대'를 건립하였다고 한다. 

칠곡은 꿀벌으로도 잘 알려진 곳이다. 칠곡휴게소도 꿀벌이 콘셉트이며 이곳에도 꿀벌과 관련된 시설과 공간이 조성이 되어 있다. 꿀벌은 평화를 상징하는 곤충이기도 하다. 

자고산에 평화전망대가 설치가 되었듯이 칠곡은 평화를 지향하면서 참전용사와 순국선열의 희생정신 속에  U자형 관광벨트의 다른 관광 인프라를 만들어가고 있다. 진흙 속에서 단단하면서도 유연한 줄기가 뻗어 오르듯이 순백의 연꽃 봉오리 같은 진정한 의미의 평온한 평화가 이 땅에 내리길 바래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생각의 근육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