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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Dec 01. 2020

나무 같은 사람

그곳이 참하 꿈엔들 니칠니야

세상을 현명하게 살아가는 것은 생각하지 않으면 쉽지 않다. 땅에 발을 디디고 건강하게 살 수 있는 것 하나만으로 감사하게 생각한다면 조금은 쉬워진다. 인간은 스스로를 생명력의 상징인 나무와 동일시했다. 요기는 땅에 뿌리를 깊이 내리는 나무처럼 척추를 수직으로 곧게 세우는데 나무는 지면에 수직으로 서서 하늘과 땅을 잇는다. 나무는 뿌리로 물을 마시고 나뭇잎으로 호흡한다. 나무와 같이 살아가는 것은 땅에 향수를 느끼는 것과 같다. 

고향에는 향수가 있고 흙이 덮혀져 있는 땅이 있다. 향수하면 자연스럽게 옥천이 연상이 된다. 시인 정지용이 태어난 곳이며 향수라는 대표 시로 인해 모든 이야기가 향수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나뭇잎들을 모두 떨구어내고 나무들이 정지용 생가 안에 자리하고 있다. 나무는 누구에게 자신의 과일과 그늘을 줄지, 누구에게 부는 비바람을 막아줄지 선택하지 않는다. 수많은 나무들이 모여 굳건히 뿌리내리면, 서로 의지하며 매서운 바람도 함께 견딜 수 있다. 

조용하게 담벼락 안에 자리한 정지용 생가를 보고 지나간다. 1인 가구가 확산되어가고 있지만 가족이 함께했던 때의 향수는 자신이 의지할 수 있는 그런 시간을 연상케 한다.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밤바람 소리에 말이 달렸다고 한다. 나름 대도시에서 생활했던 어린 시절이 있지만 가금 농촌에서 소를 끌던 농부가 어렴풋하게 기억한다. 소가 끌면 ‘우차(牛車)’, 말이 끌면 ‘마차(馬車)’라고 불렸던 달구지와 소가 보인다. 두 바퀴 달구지는 반드시 소가 끌었으며, 소 등에 길마를 얹지 않고 쳇대를 길게 하여 소의 등에 걸어 두었다. 

정지용의 생가 주변으로는 그의 삶과 옥천에서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벽화로 그려져 있다. 벽화를 살펴보면 가장 많이 표현된 대상도 바로 나무다. 유연함과 강인함, 뿌리내림과 펼침으로 나무는 대립될 것 같은 요소들을 하나로 통합시켰다. 

크지는 않은 천이지만 어릴 때 한 번쯤 생각했던 풍광이 바로 집과 바로 앞에 흐르던 천의 모습이다. 

올해 충북 옥천문화원은 '향수'의 시인 정지용(鄭芝溶·1902∼1950)을 기리는 '지용제'를 오는 30일부터 12월 6일까지 온라인 방식으로 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여파로 올해 축제의 핵심을 '집으로 온(ON) 지용'으로 정하고 행사를 진행한다. 

전국 시낭송대회는 낭송가들이 만든 영상을 비대면 심사한 후 예선 통과자들이 이번 달 6일 결선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향수와 나무는 잘 어울려 보이며 연결성이 있다. 고향의 정경을 오롯하게 담아낸 정지용의 시 향수는 이동원, 박인수의 노래로 다시 태어나 많은 사랑을 받기도 했었는데 그렇게 누구에게나 정겨움을 주는 존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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