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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Dec 04. 2020

국민과 국가

태극기와 칠천량 해전

어떻게 보면 세상일은 결과론적으로 쓰인다. 우리가 역사에서 실패한 사람으로 남을지 되게 한 사람으로 남을지는 해보고 나서 나중에서 알 수 있다. 우리가 맞다고 현재 주장하는 것은 양면의 칼처럼 후에 언급되기도 한다. 원균이 자신의 목숨까지 잃어버린 패착의 전투 칠천량 해전과 13척의 배로 왜군을 물리친 이순신 장순의 명량해전은 모두 자신이 맞다고 생각한 전략을 추진했을 뿐이다. 그리고 결과는 나왔다. 임진왜란 당시 수군의 흑역사로 남은 칠천량 해전을 그렇게 기억되고 있다. 

역사를 살펴보면 왕조는 바뀌었지만 국가를 이루는 사람들 즉 백성들은 그대로였다. 소수가 구성하는 왕조 혹은 높은 벼슬을 했던 사람은 소수였지만 국가를 이루던 사람들은 다수였다. 시대가 바뀌고 왕조가 바뀌고 믿는 바가 달라졌을 뿐이다. 지금도 미래는 명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결과론적으로 쓰인 그리고 맞다고 생각한 역사를 보고 추측해볼 뿐이다. 

통신이라고 하면 파란색 화면에 텍스트 위주로 통신을 하던 80년대 후반에서 페이지가 공개된 인터넷 시대를 지나 손 안에서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이 시대까지 얼마나 빠르게 발달했나를 보게 된다. 정말 빠르게 변하고 있지만 역사 속에서 던지는 메시지를 찾아가는 이유는 기술과 사람의 속도는 다르기 때문이다. 

칠천량 해전이 일어났던 곳에는 칠천량 해전공원 전시관이 자리하고 있는데 들어가는 입구에는 해전에 수몰된 사람들을 추모하는 공간이 만들어져 있다. 이순신의 공적을 높게 만들기 위해 모든 행적을 명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원균의 패전을 당연시하게 만들 필요가 있지 않았을까. 

칠천량 해전 전시관에서는 태극기 전시전도 같이 열리고 있었다. 임진왜란과 태극기가 상징하는 것은 국가는 사라져도 국민은 계속되기 때문일 것이다. 태극기는 우리 한민족이 살아왔던 모든 것이 담겨 있다. 태극 문구는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오래되었으면 건곤감리는 기원전부터 있었다고 한다. 

안으로 들어오면 임진왜란 해전사와 함께 칠천량 해전을 집중 조명하고 있다. 문명과 기술이 발달한 오늘에도 우리가 반쪽짜리 진실과 애매한 거짓말의 홍수 속에 살고 있다. 지금보다 더 명확하게 아는 것이 없었을 당시에는 얼마나 불명확한 정보가 흘러 다녔을까. 

임진왜란에서 이순신 장군이 승전을 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노력이었다. 백의종군하면서 긴 거리를 걸어 다니며 직접 보고 느끼고 판단했다. 가만히 앉아서 누군가가 말해주는 정보를 듣는 것보다 직접 본 정보는 무엇보다도 실체에 접근할 수 있다. 

원균은 실체적인 정보에 접근하지 못했었다. 당시에도 노력 장벽에 맞서는 것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자리에 오르게 되면 자연스럽게 그런 노력을 덜하게 된다. 노력이 통한다는 믿음을, 그리고 그런 노력이 중요하다는 믿음을 잃지 않았던 사람이 있지만 상당히 드물다. 

원균은 자신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노력을 했었다. 자신이 배웠던 병법과 일상적으로 해왔던 것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것이 패착이었다. 물론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런 패턴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개인적인 성향 때문인지 몰라도 무언가를 알고 싶다면 그 정보 공백을 메우기 위해 노력을 하는 편이다. 배울 필요가 있는 정보는 직접 보고 판단하는 것이 좋다. 역사에 대해 우리는 모르는 것도 많고, 잘 모르면서 안다고 생각하는 것도 많다. 우리가 모르는 것이 뭔지 모를 뿐이다. 

사찰이나 학교, 개인적으로 만들었던 태극기들을 볼 수 있다. 태극기는 단순히 국기가 아니라 세상의 원리를 담고 있는 가장 큰 세상을 품고 있는 그런 상징이다. 

단순히 1597년 7월 원균의 지휘 아래 조선 수군이 도도 다카토라 등이 지휘하는 왜군과 전투를 벌였지만 전함 180척 중 150척이 침몰하면서 1만 명의 병사가 숨진 해전이 아니라 그 속에 숨겨진 수많은 이야기들과 실수가 만들어낸 역사적 사실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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