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사람에게는 힘의 원천이 있다.
정의라는 잣대는 사람마다 다르다. 가진 사람의 정의와 가지지 못한 사람의 정의도 다르고 자신의 입장에 따라 정의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그렇지만 보편적인 정의라는 것은 있다. 보편적 정의란 무엇일까. 정확하게 어느 선까지가 정의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나에게 들이대는 잣대와 다른 사람에게 들이대는 잣대가 같을 때 그것이 보편적 정의가 아닐까. 9시 이후에는 보지 못하겠지만 어렵게 개봉한 원더우먼 1984는 레트로풍의 영화이며 보편적 정의를 보여주는 영화다. 사람 개개인마다 모두 나름의 노력을 하면서 살아간다. 원더우먼 역시 생명의 소중함을 지키기 위해 1차 세계대전 이후로 사랑을 하지 않은 채 살아왔다. 그녀의 소원은 단 한 가지 스티브를 다시 보는 것이다.
확고한 자신만의 힘의 원천은 정신에 있다. 원더우먼에게 힘의 원천은 진실이었으며 진실에 기반해 자신의 모든 힘을 발휘한다. 필자의 힘의 원천은 신념이다. 세상이 불균형적이고 어지럽고 공정하지 않지만 신념만 있다면 흔들려도 다시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으며 나아갈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살고 싶어 하지만 모두가 그곳에 살 필요가 없으며 많은 사람들이 사고 싶어 하지만 꼭 살 필요는 없다. 그렇게 자유로워진다.
1984년은 어떤 해일까. 한국은 1980년대에서 1990년대 초까지가 최대의 호황기였다. 대학만 졸업해도 대부분 들어갈 일자리가 있었으며 모두가 안정적인 삶을 누릴 희망이 있었다. 미국 역시 1980년대는 호황과 풍요로움 그 자체였다. 원더우먼이라는 캐릭터는 긍정적이고 낙천적 그 자체다. 진실됨 하나로 모든 것을 끌어내고 용감해진다. 그런 그녀에게 오래된 황수정이 나타난다. 절실한 소원을 들어주지만 대신 가장 소중한 것을 가져간다. 한반도에는 오래된 고어로서 의미를 가진 언어는 없지만 서양에서는 거의 모든 언어의 원천에 라틴어가 있다. 그래서 신화 속이나 원더우먼 1984의 황수정에도 라틴어로 표현이 되어 있다. 사람을 호모 사피엔스라고 부르는데 호모 사피엔스는 라틴어다. 학명을 라틴어로 한 것에는 명확한 이유가 있다. 언어가 시대와 함께 변화하지만 변화하지 않는 언어이며 죽은 언어가 라틴어다.
그만큼의 노력을 하지 않고 저절로 이루어지길 바라는 것에는 항상 함정이 있다. 개인적으로 Secret라는 책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자신이 절실하게 원하면 이루어준다는 이야기는 세상 곳곳에 넘친다. 아무것도 안 하고 생각만 하면 생각으로만 끝난다. 영화 속에서 로드는 인포머셜(*해설식 광고)을 통해 끊임없이 `다 가질 수 있다`고 약속하는 사기꾼에 가까운 캐릭터다. 사기꾼은 상대방이 진실로 원하는 것을 이루어줄 수 있는 것처럼 신기루를 보여주는 사람이다. 가장 사악한 신이 만들어둔 소원을 이루어주는 황수정은 마틴을 비롯하여 바바라와 전 세계 사람들의 약한 내면을 파고들어간다.
사회에서 비교적 좋은 위치에 있는 사람이나 가진 것이 없는 사람이나 정의로울 이유도 없고 그렇게 믿을 필요도 없다. 그렇지만 우린 약자들은 조금 착할 것이라고 선입견도 가진다. 희생자에서 생존자 또는 포식자로 변하는 것이 사람의 속성이기도 하다. 원더우먼은 세상이 어지럽고 때론 정의나 배려 같은 것을 찾아볼 수는 없지만 아름다워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서사가 단순하고 명료한 영화에서 분명한 것은 우리를 구하는 것은 정부도 원더우먼과 같은 히어로도 아닌 바로 자신이며 모두의 힘이라고 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