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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Dec 22. 2020

선비의 도(道)

음성 초계 정 씨의 사당 도장사(道藏祠)

사람을 보는 데 있어서 다양한 면을 봐야 한다. 그렇지만 보통 사람들은 자신들의 지식과 시야에 갇혀서 단편적인 면만 보고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 역사 속의 인물 역시 그렇다. 조선을 대표하는 성리학자이자 뛰어난 경세가였던 율곡의 글은 명쾌한 논리로 각광을 받았던 사람이다. 그의 문학론 역시 자신의 입장을 선명하게 드러내면서 독자를 설득하는 솜씨가 대단했다고 한다. 그런 유명한 선비들을 기린 곳을 도장사라고 한다. 전국에는 여러 도장사가 자리하고 있다. 

음성에는 조금은 다른 도장사가 자리하고 있다. 초계정씨 집성촌이기에 사당 역시 초계정씨를 모시고 있다. 숙종대에 창건되었다가 대원군의 서원철폐령으로 철폐되었다가 1965년에 후손들에 중건되었으니 역사는 오래되지 않았다. 

사우는 정면 3칸, 측면 2칸 겹처마 팔작지붕 초익공계의 목조 기와집으로 정면에 도장사라는 편액을 달았으며, 전면에 소슬삼문을 세우고 모현문(慕賢門)이라 하였다. 죽계 정창우헌 정덕기정국추정국양정국노정국빈을 모시고 있는데 특이하게 박팽년이 추가 제향 되어 있다. 

박팽년은 평소 가야금 타기(필자와 비슷한 취향)을 좋아해서 스스로의 호를 취금헌으로 지었다고 한다. 풍류를 즐길 줄 알았지만 자신의 의지로 지킬 것은 꼭 지켰던 사람이었기에 모셨던 것일까. 

 "어진 이를 어진 이로 대하기를 마치 여색을 좋아하듯이 하고, 부모를 섬길 때는 자신의 힘을 다할 수 있으며, 임금을 섬길 때는 자신의 몸을 다 바칠 수 있고, 벗과 사귈 때는 언행에 믿음이 있다면, 비록 배운 게 없다고 하더라도 나는 반드시 그를 배운 사람이라고 할 것이다."  - 자하

작은 사당이지만 그 후손들이 잘 관리하고 있기에 상태가 괜찮게 유지되고 있다. 세계적으로 뛰어난 철학자라고 해서 엄숙하고 고루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런 사람일수록 유연한 사유의 흐름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최근에 TV에서 역사를 다룬 프로그램이 많이 나오고 있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너무 자극적인 연출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모르게 할 때가 있다. 역사 속에서 한 사람의 삶의 행복과 비극에 너무 많이 동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곳에서 초계 정 씨의 선대들을 제사 지내고 있다. 선비의 도가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상대방의 생각을 정확히 읽고 자기 생각의 구도 속으로 유인할 때에는 노련한 전략가였던 맹자처럼 논설처럼 빈틈이 없어야 한다. 

이곳에 자리 잡았을 초계 정 씨의 후손들도 과거를 보려고 한양으로 올라갔을 것이다. 과거 시험에서 자주 출제되는 것이 맹자였다. 사람들의 살림살이를 걱정하고, 그들의 의식주를 챙기는 것이 결국은 이념으로서의 정치가 구체화되는 것이다. 자신의 영달과 이익만을 구한다면 맹자는 매우 껄끄럽고 기분 나쁜 책이다. 옛사람 자하의 말처럼 행하려고 했던 초계 정 씨의 정신을 이어가는 도장사에서 올해 음성의 마지막 시간을 보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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