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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Jan 05. 2021

쉼과 맛

통영의 멸치와 바다 견내량

일을 얼마나 해야 만족할 수 있을까. 한 달에 혹은 가지고 있는 돈은 어느 정도 있어야 마음이 편할까. 일과 쉼의 균형은 어느 정도가 적당할까. 정말 잘 쉬는 것은 미래를 대비하게 해 준다. 허비하는 쉼과 비축하는 쉼에는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별 차이가 없어 보이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차이가 난다. 정확하게는 가까운 시간 내에 수입이 생기면 일을 하는 것이고 언제인지 모르겠지만 가능성을 만드는 것은 비축하는 쉼에 가깝다. 


지방에 가서 나름의 힐링을 즐길 때 아침 일찍 나와서 보통 전통시장을 돌아본다. 여전히 전통적인 방식으로 삶을 이어가는 사람들의 모습은 세상과 연결된 사람 사는 사회를 연상케 한다. 남해 쪽에 가면 보통 통영에서 숙박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통영 중앙 전통시장도 있지만 통영 서호 전통시장도 조금은 다른 색깔이 있어서 좋다. 

아침 일찍 가면 손님보다 상인들이 많다. 이곳을 찾아오는 손님들은 대부분 식당을 하시는 분들이다. 요즘같이 5인 이상이 모이기 힘들 때를 생각해서 1~2인 메뉴가 더 적절해 보인다. 코로나 19 이후에도 1~2인을 대상으로 하는 음식이 더 경쟁력이 있다. 사람이 모여야 더 맛있는 것을 먹을 수 있는 통영 다찌의 변화가 필요한 때다. 

멸치회는 지역의 맛이다. 대도시에서도 멸치회를 내놓는 곳이 있지만 신선함이 생명이라 통영이나 사천 등에서 먹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수산 통계에 따르면 멸치는 우리나라에서 어획량이 가장 많은 어종으로 한 해 20만~25만여 t이 잡힌다. 남해군, 기장군, 통영시 등 멸치를 잡는 바다 주변의 음식점에 가면 멸치의 대표 요리인 생멸치쌈밥과 회무침의 제맛을 볼 수 있다. 

이른 아침부터 잡아온 물고기를 계속 손질하고 있다. 살아 있는 상태에서 팔리는 것과 손질해서 팔리는 것은 다른데 보통 작은 생선이나 뭍에서 오래 살 수 없는 해산물은 빨리 손질을 해주어야 한다. 

이렇게 신선한 해물탕 재료는 대도시의 대형마트에서 절대 흉내 낼 수가 없다. 차라리 요즘에 트렌디한 익일 배송으로 남해에서 받는 것이 가장 좋은 선택이다. 급랭 동한 생멸치로 일 년 내내 요리를 만들지만 생멸치로 만든 요리보다 맛이 덜한데 살짝 씻어 손질한 다음 직접 만든 멸치액젓과 각종 과일 등으로 100일 넘게 숙성시켜 만든 초장으로 양파, 양배추 등과 버무린 멸치회 무침은 별미다. 

통영 서호 전통시장을 둘러보고 통영의 끝자락으로 왔다. 신거제대교를 건너기 전에  원평 소류지와 동도산쪽으로 오면 겨울철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길이 있다. 멀지 않은 곳에 동암항이 있다.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길로 바다와 내륙의 정취를 느끼면서 걸어볼 수 있다. 조금 더 걸어서 돌아가면 유방산과 통영명품 진주전시관도 있다. 

통영 휴게소의 변신으로 만들어진 배이커리 겸 카페가 있다. 요즘은 겉에서 바라보고 테이크아웃을 해서 가는 것이 가장 마음에 편하다. 통영을 거쳐 거제로 넘어간다면 한 번쯤은 꼭 머물면서 통영의 맛과 멋을 다시 한번 돌아보면 여행이 더 즐거워지겠지만 잠시 분위기만 느껴보는 것도 좋다. 

신거제대교가 자리한 이곳은 한산대첩 시발점이다. 길이는 약 3 km, 폭은 약 180m, 400m 정도인 이 앞의 견내량(見乃梁)은 경상남도 거제시 사등면 덕호리와 통영시 용남면 장평리를 잇는 거제대교의 아래쪽에 위치한 좁은 해협으로 한산도대첩과 옥포해전은 좁은 해협인 견내량에서 벌어진 것으로 이순신이 왜군을 통쾌하게 이긴 곳이다. 

올해가 다시 시작이 되었다. 쉼과 맛은 영원한 사람의 관심사이며 트렌드이기도 하다. 쉼과 맛이 있는 여행은 마치 반복해도 지루하지 않을 반복되는 시간여행의 패턴과 같다. 나이는 그냥 받아들이면 되는 숫자이며 인생 감성은 채워야 할 소중한 무언가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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