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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Jan 05. 2021

우물 (石井)

영원한 생명의 가치

도시의 규모를 결정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수자원이다. 가장 많은 사람들이 몰려 사는 서울의 한강수계에 가장 많은 댐들이 건설되어 있다. 물은 사람들이 살아가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자원이다. 아파트가 가장 중요한 이슈이지만 그것은 먹는 물이 보장이 되고 나서야 말할 수 있는 것들이다. 물이 일정한 장소에 모인다는 것은 사람이 모인다는 의미다. 지금이야 상수도가 잘 발달되어 있어서 우물에서 물을 길어 먹는 사람이 없지만 우물은 아주 중요한 수자원으로 사용되었다. 과거 전쟁을 할 때도 적의 우물에 독을 타는 것은 중요한 전략이기도 했다. 

옥천에 있는 한 냉면집을 찾았다. 이곳에는 160년을 훌쩍 넘는 우물이 보존되어 있는 곳이다. 지금도 물이 나오고 있다고 하니 오래된 유물이면서 그 의미가 남다르다. 육수의 비중이 중요한 냉면을 파는 음식점에 보존되고 있는 우물이어서 그런지 무언가 연계성이 있어 보인다. 

냉면이 나오기 전에 잠시 우물을 살펴보았다. 우물은 보통 맨땅을 깊거나 얕게 파서 물이 괴게 하는 토정(土井)과 바위틈 사이로 솟거나 흐르는 물을 괴게 하는 석정(石井)이 있는데 석정은 오래도록 사용할 수 있었다. 수돗물을 그냥 먹어도 되지만 사람들 대부분은 정수기나 샘물 등에 의존해서 살아간다. 그렇지만 수돗물에 아주 조금이라도 이물질이 나오면 큰 사회적 이슈가 되는 것은 그만큼 물이 중요한 것을 알기 때문이다. 

잠시 따뜻한 육수를 마시면서 냉면이 나오길 기다려본다. 보통 냉면을 파는 집은 겨울에는 떡국을 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추운 겨울날 냉면이 더 맛이 좋지만 따뜻한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입맛을 맞추기 위함이기도 하다. 

이 냉면집은 밍밍해 보이는 육수에 섭섭하지 않게 냉면을 넣고 그 위에 오이와 닭 고명과 양념, 계란이 얹어져서 나온다. 대전과 옥천에는 이런 밍밍한 맛의 냉면집들이 많다. 비슷한 것 같지만 미묘한 차이들이 있다. 이 냉면집의 양념은 희한하게 맵다. 

시원시원한 육수에 매콤함이 들어간 냉면이다. 무엇보다도 오이가 많이 들어가서 시원하다. 옛날에는 석정 같은 우물이 있는 곳을 중심으로 장시가 열렸다. 사람이 많이 모이려면 물이 있어야 했기에 자연스럽게 우물 주위에 사람이 모인 것이다. '상륙국풍토기'에 의하면 오래된 도시에는 마을 안에 깨끗한 샘이 있어서 대정이라고 하였다고 한다. 고시라는 지명은 전국의 각지에 있는데 시장이 열렸으며 의견교환과 함께 장사꾼들도 모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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