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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Jan 07. 2021

눈 헤는 밤

눈 오는 서산의 동문 근린공원

눈송이 하나에 추억과

눈송이 하나에 사랑과

눈송이 하나에 쓸쓸함과

눈송이 하나에 동경과

눈송이 하나에 시와

눈송이 하나에 마음과 사랑을 담아봅니다. 


눈이 많이 내렸다. 새해 많이 내린 눈을 바라보니 윤동주의 별 헤는 밤이 생각나서 그의 시를 인용해보았다. 이 순간만은 아무 걱정 없이 겨울 속의 눈송이를 다 셀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차를 운전하는 입장에서는 눈이 오는 것이 그렇게 반갑지 않지만 차에서 내리면 마음은 편해진다. 

새의 고장이며 도시와 바다에 새가 그려져 있는 서산시에는 하나의 공원이지만 두 개의 이름이 붙은 공간이 있다. 동문 근린공원, 나라사랑공원은 한 공간에 자리하고 있다. 이곳에도 눈이 내려서 온통 하얀 세상으로 변해있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눈이 내릴 때는 춥지가 않다. 눈이 내리기 전이나 내린 후에 매서운 추위가 있지만 눈이 내릴 때만큼은 포근하다. 어릴 때는 눈을 가지고 무언가를 만들고 손이 빨갛게 되면서까지 눈밭에서 노는 것이 좋았는데 이제는 밟는 것에만 만족해한다. 

이번에 내린 눈은 유난히 폭신하게 느껴진다. 뽀드득뽀드득 소리가 조용한 이 곳에서 울려 퍼지고 있다. 이제 공원의 어디를 가더라도 플래카드로 거리두기를 권하고 있고 마스크를 어떻게 써야 하는지 알려주고 있다. 

서산은 국내에 대표적인 철새도래지로 보호를 받고 있는 곳으로 겨울 철새들을 위해서는 단순히 겨울만 아니라 사계절 동안 겨울 철새들을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 서산에는 천수만 세계 철새기행전이 있을 정도로 수많은 철새들이 찾아오는 곳이기도 하다. 

눈 내리는 날에 가장 신나는 일중에 하나는 아무도 걷지 않은 눈길을 걷는 것이다. 발자국이 남겨져 있지 않은 곳에 처음 발자국을 남기면 무언가를 조금은 이룬 기분이 든다. 살아가는 데 있어서 쾌적한 것을 좋아하는 편이라서 오지탐험 같은 것은 생각하지도 않지만 도시에서 발길을 닿지 않는 오지탐험은 오직 눈 올 때만 해볼 수 있다. 

나라사랑공원의 서산시나라사랑기념탑은 서산시 출신의 독립유공자와 6·25전쟁과 베트남전쟁 참전자를 추모하기 위한 기념탑이다.  3개의 보조탑에 독립유공자 44명, 6.25참전유공자 2705명, 베트남참전유공자 596명의 이름을 새겨, 총 3345명의 국가유공자를 기리고 있다. 일제강점기인 1937년에 민족말살정책의 일환으로 내선일체, 황국신민화 강요를 위해 '일본 왕에게 충성을 다하겠다'는 내용을 새긴 표지석인 황국신민서사지주도 옆에 있다. 

윤동주는 별이 헤는 밤이라는 시를 쓰면서 지식인으로서 일제강점기하에서 살아가는 것을 부끄러워했었다. 겨울이 지나고 자신의 별에도 봄이 오면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무성한 풀을 기다렸었다. 서산의 나라사랑공원에는 일제강점기의 흔적과 나라를 위해 싸웠던 사람들의 조형물이 자리하고 있다. 이제 곧 봄이 오면 이곳에도 파란 풀이 무성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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