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주의 길

윤동주 유고 보존 정병욱 가옥

전라남도 광양에 가면 윤동주의 이름이 붙여진 길이 있다. 일명 윤동주 길이라고 붙여진 이 길처럼 윤동주의 '길'이라는 시도 연상케 한다. 윤동주의 길에서는 길과 돌담이 등장하는데 길은 인생을 살아가면서 겪을 수 있는 그런 자아 성찰과 탐색의 연장성이며 돌담은 평생을 추구하는 이상적 세계와의 구분하는 역할을 한다. 광양만을 한눈에 파수할 수 있는 위치라 하여 '망뎅이'라 하였던 이곳은 이를 한자로 '망덕'이라 표기했다. 그 산 아래에서 섬진강과 남해가 만나는 풍경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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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의 길을 걷다 보면 선창가 횟집들 사이에 삼각지붕의 단층집이 하나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이 집은 국문학자인 정병욱 전 서울대 교수의 집으로 그는 선배인 윤동주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를 1944년 1월 일본군에 끌려가면서 윤동주의 원고를 어머니에게 맡겼다. 독립이 되면 그의 원고를 연희전문학교로 보내 세상에 알리도록 해달라고 부탁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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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렸습니다.

무얼 어디다 잃었는지 몰라

두 손이 주머니를 더듬어

길에 나아갑니다.


돌과 돌과 돌이 끝없이 연달아

길은 돌담을 끼고 갑니다.


담은 쇠문을 굳게 닫아

길 위에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길은 아침으로 저녁으로

저녁에서 아침으로 통했습니다.

- 윤동주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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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담을 더듬어 눈물짓다
쳐다보면 하늘은 부끄럽게 푸릅니다.
풀 한 포기 없는 이 길을 걷는 것은
담 저쪽에 내가 남아있는 까닭이요
내가 사는 것은 다만
잃은 것을 찾는 까닭입니다.

- 윤동주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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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우면서도 의미 있는 시를 남겼던 윤동주는 살아생전에 시를 발표해보지 못했다. 바다와 강이 만나는 이곳에서 보면 멀리 하동 땅이 보인다. 망덕포구와 지리산, 섬진강이 함께 어우러져서 내려가는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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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되지 못했던 그러나 후대에 기억되지 못했던 정병옥과 윤동주의 이야기가 있다. 별 헤는 밤을 읽으면서 흰 그림자에 그려진 삶을 아스라하게 기억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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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망덕포구는 백두대간에서 이어져 내려오는 ㅇ큰 산줄기의 주된 맥이 남쪽 바다와 만나 끝나는 망덕산기슭에 자리하고 있다. 그와 선배 윤동주의 운명적 만남으로 남해 바닷가에 꿈을 키웠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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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을 앞둔 1945년 2월 16일, 젊은 시인 윤동주는 일본의 형무소에서 죽었다. 정병욱은 살아 돌아왔고 1948년 시는 세상으로 결국 나왔다. '무시무시한 고독에서 죽었구나! 29세가 되도록 시도 발표하여 본 적도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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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는 자신이 걸어가는 길에서 현실의 어려움과 스스로 느끼는 부끄러움을 시에 녹여내었다. 그의 시에는 불안과 고독과 절망을 극복하고 희망과 용기로 현실을 돌파하려는 강인한 정신이 표출되어 있었기에 필자도 시를 처음 접하게 된 어린 나이에 좋아했던 기억이 있다. 매년 걸어왔던 길이 맞는 것인지 돌아보고 새롭게 노선을 조정한다. 오늘도 여전히 걸었던 길에서 부끄러움이 없었나를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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