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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Feb 19. 2021

국수의 품격

차가운 금강처럼 시원하고 감칠맛의 막국수

음식은 시대와 함께 진화하기도 하고 없어지기도 한다. 지금 생각해보면 지난 20여 년 동안 주마등처럼 지나간 유행 음식들이 있었다. 그렇게 사라진 음식들은 대부분 주식으로 먹기에는 무언가 부족한 것들이 많았다. 삼시 세 끼를 먹기에는 애매한 음식들이지만 몇 번쯤 먹기에는 나쁘지 않은 음식들이다. 유행 타는 음식은 오래갈 수가 없다. 식재료 자체가 비싼 음식들이 있는데 주식이 되기에는 부담이 된다. 없이 살았을 때 먹었던 식재료에 기반한 음식이 남아 있을 경우가 많다. 

조선말 대부분의 백성들은 배를 굶주리며 살았다. 당시에는 보릿고개가 일상이었는데 일본의 침략 야욕이 더해갈 때 일본군을 피해 사람들은 산으로 들어가며 화전을 일구고 조나 메밀, 콩 등으로 연명했었다. 일제강점기가 끝나고 한국전쟁 이후에도 디딜방아에 메밀을 찧어 생활고를 해결하기 위해 만들던 음식이 바로 막국수이며 대중화가 되기 시작했다. 

껍질을 벗겨낸 메밀을 넣고 1번분 가루를 만들고 남은 것을 가루로 만들면 2번분, 남은 메밀로 다시 한번 반복하면 3번분이 나온다. 할 일(?)이 없을 때 그냥 맛난 것을 먹기 위해 아무 생각 없이 떠날 때가 있다. 

예스러운 이곳에도 코로나 19로 인해 술을 팔지 않는다는 문구가 쓰여 있다. 메밀은 다섯 가지 색깔을 품고 있는 작물이다. 잎은 초록색, 열매는 검은색, 줄기는 빨간색, 뿌리는 황색이며 화룡점정의 꽃은 흰색이다. 

음식을 잘하는 사람은 식재료의 조화를 알고 정성을 들여야 한다. 음식을 못하는 사람은 마음속에서 정성이 우러나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굳이 어머니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지만 어머니가 음식 하는 것을 보고 있으면 참 대충 한다는 것을 볼 때가 있다. 

김치가 조금은 달라졌다. 왜 막국수에는 섞박지가 어울리는지는 모르겠다. 막국수의 국물 맛은 동치미가 좌지우지한다. 동치미는 소금으로 인해 무의 수용성 성분이 빠져나와 국물 맛을 내기 때문에 어떤 무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다르다. 

막국수에서 1호분이나 2호분은 질긴 느낌이 있어서 보통은 3호분을 사용한다. 냉면은 대부분 육수 맛으로 먹지만 막국수는 면발도 무척이나 중요하다. 

10여 종류의 음식 중 국수 맛이 으뜸이다(食味十餘品而麪食爲先)이라고 표현될 정도로 인기가 있었다. 한자어로는 ‘면(麪)’·‘면자(麪子)’라고 부르는 국수는 시간이 아무리 지나더라도 우리의 식탁이나 맛으로 영원할 것이다. 


솔직하게 어머니에 대해서 언급하기는 하지만 나름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마음이 약간 찔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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