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흘러 핀

시간이 꽃을 피웠구려...

이렇게 시간이 간지 모르고 몸이 느끼지 못했지만 꽃은 피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가 보니 몸이 봄이 만나고 싶어 졌다. 시간이 흘러 핀 꽃을 보기 위해 야외로 나가보았다. 글을 사용해서 핀 꽃을 잘 표현할 수 있을까. 노동의 가치가 점점 희석되어가고 있는 이때에 모두에게 동등하게 부여되는 가치는 계절이 만들어내는 것들이다. 개구리도 겨울잠에서 깨어난다는 절기 경칩이면서 포근한 봄 날씨를 보인 5일 대전 동춘당공원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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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많은 봄꽃이 이곳을 채웠을까. 다시 올 수 없는 순간이며 현재가 가장 아름답다는 말이 어울리는 날이다. 화창한 날 어떤 꽃들을 만나볼 수 있을까. 올 봄에는 집 앞에서 즐기는 안전한 꽃놀이로 소소하고 확실한 일상의 행복을 누리는 것이 편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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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관에 관한 인사 행정권을 완전히 장악한 이조판서까지 핵심적인 관직을 두루 거쳤던 유학자이며 동춘당이라는 호로 잘 알려진 송준길이 세상을 떠난 것은 1672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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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에는 한동안 내게 필요한 말이 기억나지가 않았다. 실의에 빠져서 소중한 사람에게 물었지만 방식은 지극히 개인적이었다. 궁극적으로 삶의 의미를 알아낼 수 있는 존재가 있을까. 답은 없는데 그걸 알아내려고 그 많은 시간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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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꽃도 보면서 그동안의 복잡했던 생각에서 잠시 떠나본다. 물질적인 것에 구속되지 않고 초연하다는 의미의 초연 물외는 요즘 같은 시기에 꽃이 대신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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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장 너머로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는 공간도 엿보고 마당도 거닐어본다. 송준길은 어려서부터 다른 사람들에게 주목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18세에 우복 정경세의 사위가 되었는데, 정경세가 그를 매우 공경히 대우하며 어려워할 정도였다 할 정도였으니 이룸은 나이와 상관이 없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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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춘당이라는 건물로 들어와서 대청에 앉아서 마치 송준길처럼 저 너머의 봄꽃도 쳐다본다. “어제 한 일을 오늘 고치기 어려워하고, 아침에 그 행실을 후회하고서 저녁이면 또다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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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단에 싹을 틔우기 시작한 떡잎도 바라본다. 무엇이 잘못되었고 잘못되지 않았는지 자연은 생각하지 않는다. 매번 똑같은 실수를 하는 필자와는 다른 모습이다. 사람은 대체 무엇으로 살아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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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춘당의 한편에서 한 폭의 산수화 같은 모습을 보았다. 오래된 고택과의 구도도 좋고 흰색의 봄꽃의 어우러짐도 좋다. 동춘당 송준길은 퇴계 이황을 평생 스승으로 생각하면서 살았는데 퇴계는 마지막 순간에 묘갈명(墓碣銘)을 스스로 썼는데 아래의 문구로 시작한다. “나면서는 크게 어리석었고 장성해서는 병도 많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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