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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Mar 27. 2021

건축의 요소

근대건축물 - 구 통영군청

손으로 직접 제도판에서 건축도면을 그리는 것도 나름 재미있었던 기억이 난다. 지금이야 모두 PC에서 작업하지만 기본은 같다. 조금 더 빠르고 편하게 모듈화 된 도면을 가져다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설계하기가 용이해졌다. 기능적으로 설계를 하는 일의 대가는 작지만 건축을 구현하는 대가는 지금도 가치가 높은 편이다. 많이 사라졌지만 아직도 전국의 곳곳에는 근대건축물이 남아 있다. 1843년에 건립되어 1995년까지 오랜 시간 사용되었던 통영군청 건물 역시 그렇다. 

2002년까지 통영군이 충무시와 통합되면서 통영시로 승격되면서 시청의 별관으로 사용되다가 지금은 박물관 건물로 사용되고 있다. 이런 형태의 건축물은 서양식 건축물이다. 정면에서 먼저 보이는 것은 벽으로 방어체계의 일부를 형성하는 흙으로 만든 둑을 뜻하는 라틴어 발룸(vallum)에서 유래하였다. 이 건물은 현재 대한민국 근대문화유산으로 선정되어 관리되고 있다. 

건물의 파사드에서 핵심은 창문이기도 하다. 창문은 빛과 신선한 공기가 들어오는 통로로 건물의 눈이 되어준다. 어떤 다른 건축 요소보다도 더 건물의 성격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 건물은 창문이 균등하게 배치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직사각형의 개구부는 창틀과 창과 배열로 이루어져 있는데 유럽처럼 정교하게 잘 다듬은 소용돌이무늬 장식 같은 것은 없다. 전형적인 관청의 기능을 수행하기 위한 건물이다. 

아파트에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는 요즘 벽돌로 건물을 짓는 일은 단독주택 외에는 많지가 않다. 근대주의자들에 의해 만들어진 근대건축물의 벽돌은 오래된 건축을 표현하는 것이었지만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르 코르뷔제의 자율 주택이 완공되고 나서 실용적인 근대적인 재료로 인식되었다. 

박물관답게 앞에는 통영을 상징하는 옛 석상들이 있다. 돌로 다듬어 사람 모양의 형상물(形象物)을 마을이나 바다가 보이는 곳 또는 고개 등지에 세웠던 일종의 수호신의 역할도 해주었다. 

지금은 집을 짓기도 쉽고 매우 빠르기도 하다. 옛날의 고택은 짓는데 10년이 넘는 경우도 허다했는데 그 차이는 바로 모듈화다. 근대건축물의 경우 대부분 모듈화 된 표준 크기에 따라 배치되어 만들었다. 전국 어디서 짓더라도 같은 기준으로 만들었다. 

통영 박물관에서는 작년에 코로나 19로 인해 기획전시전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가끔씩 통영을 갈 때 기획전시전을 보고 가곤 했는데 요즘에는 그런 기회도 많이 없다. 지금도 개방은 되어 있지만 상설전시로 통영에 대한 이야기를 만나볼 수만 있다. 통영 박물관 (구 통영군청)과 같은 건축물의 평면은 단순하면서도 군더더기가 없다. 르 코르뷔제는 평면이라는 것은 꾸밈없는 추상이 건축을 창조하는 데 있어서  결정적인 순간이었다고 설명하였다. 

근대건축물을 돌아보고 계단을 내려와서 통영의 거리를 돌아보았다. 통영 박물관은 주 출입구를 중심으로 전체적으로 좌우대칭을 이루고 있는데 건립 당시의 목적인 공공건물과 같은 건축물들을 자연환경이나 불확정적인 도시조직으로부터 두드러져 보이게 함으로써 그 중요성을 각인시키는 아주 효과적인 수단이다. 아마도 이 앞에는 바다가 훤히 보이는 풍광이 아니었을까. 그 당시의 모습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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