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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볶음밥

음식은 그렇게 사람을 살린다.

요리를 안 한 지가 너무나 오래되었다. 사람이 먹고살기 위해서는 음식이 반드시 필요하다. 항상 생각하는 것이지만 우주인들이 먹는 캡슐만 먹고살고 싶다는 생각도 한다. 음식이라는 것은 먹기 전에 준비하는 과정과 조리하는 과정, 완성된 음식을 먹는 그 모든 것에 느림의 미학을 넘어선 가치가 있다. 패스트푸드는 전혀 좋아하지 않아서 웬만하면 지양하는 편이다. 음식의 귀중한 가치는 생명에 자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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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적인 상황에 의해 섭식장애가 있었다는 사실을 스스로 깨닫게 되었다. 맛있는 것을 추구하는 성향이지만 식욕보다 더 중요한 다른 가치가 너무 커지다 보면 식욕조차 의미가 없어지게 된다. 무엇을 먹고 싶어 지지 않는 것이다. 주문해서 먹고 남은 일부를 잘 정리해두었다가 김치볶음밥을 만들어보기로 했다. 원래의 김치볶음밥은 보슬보슬하면서 수분이 적은 것이 특징인데 그런 맛을 추구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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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양파는 달달하면서도 물이 많다. 양파를 넣고 김치볶음밥을 만들게 되면 물이 많아져서 마치 김치 갈비찜을 먹고 남은 것에 볶는 효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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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얼마 만에 꺼내본 김치인가. 작년 11월에 김치를 담그고 나서 몇 번 먹었는지 모르겠다. 보통 김치가 오래되면 군내가 나는데 생각보다 그런 느낌이 들지 않았다. 역시 김치는 잘 담그는 나만의 재능이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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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내용물은 듬뿍듬뿍 넣어본다. 기름을 두르고 참기름과 함께 참깨를 넣고 볶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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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김치볶음밥은 간이 조금 세게 되었다. 고추장을 넣기는 했지만 간장 양념장을 베이스로 만들었기에 맛의 감칠맛이 조금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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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표준화되기 힘들지만 표준화되면 가장 맛이 없는 것이 음식이다. 당연히 매번 달라지는 것이 음식이며 삶의 패턴이다. 김치의 그런 맛이 담겼을 때 그리고 고기와 김치, 양파뿐이 안 들어갔지만 이 맛이 생명을 조금 더 의미있게 만들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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