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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May 12. 2021

김치볶음밥

음식은 그렇게 사람을 살린다.

요리를 안 한 지가 너무나 오래되었다. 사람이 먹고살기 위해서는 음식이 반드시 필요하다. 항상 생각하는 것이지만 우주인들이 먹는 캡슐만 먹고살고 싶다는 생각도 한다. 음식이라는 것은 먹기 전에 준비하는 과정과 조리하는 과정, 완성된 음식을 먹는 그 모든 것에 느림의 미학을 넘어선 가치가 있다. 패스트푸드는 전혀 좋아하지 않아서 웬만하면 지양하는 편이다. 음식의 귀중한 가치는 생명에 자리하게 된다. 

정신적인 상황에 의해 섭식장애가 있었다는 사실을 스스로 깨닫게 되었다. 맛있는 것을 추구하는 성향이지만 식욕보다 더 중요한 다른 가치가 너무 커지다 보면 식욕조차 의미가 없어지게 된다. 무엇을 먹고 싶어 지지 않는 것이다. 주문해서 먹고 남은 일부를 잘 정리해두었다가 김치볶음밥을 만들어보기로 했다. 원래의 김치볶음밥은 보슬보슬하면서 수분이 적은 것이 특징인데 그런 맛을 추구하지는 않았다. 

요즘 양파는 달달하면서도 물이 많다. 양파를 넣고 김치볶음밥을 만들게 되면 물이 많아져서 마치 김치 갈비찜을 먹고 남은 것에 볶는 효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 

이게 얼마 만에 꺼내본 김치인가. 작년 11월에 김치를 담그고 나서 몇 번 먹었는지 모르겠다. 보통 김치가 오래되면 군내가 나는데 생각보다 그런 느낌이 들지 않았다. 역시 김치는 잘 담그는 나만의 재능이 있는 듯하다. 

자 내용물은 듬뿍듬뿍 넣어본다. 기름을 두르고 참기름과 함께 참깨를 넣고 볶기 시작하였다. 

이번에 김치볶음밥은 간이 조금 세게 되었다. 고추장을 넣기는 했지만 간장 양념장을 베이스로 만들었기에 맛의 감칠맛이 조금 달라졌다. 

가장 표준화되기 힘들지만 표준화되면 가장 맛이 없는 것이 음식이다. 당연히 매번 달라지는 것이 음식이며 삶의 패턴이다. 김치의 그런 맛이 담겼을 때 그리고 고기와 김치, 양파뿐이 안 들어갔지만 이 맛이 생명을 조금 더 의미있게 만들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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