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는 누군가 Jul 05. 2021

낙지의 미학

밀국(박속낙지탕)은 담백하다.

자주 찾아가 본 서산의 한 섬의 이름과 같아서 친근해 보이는 식당으로 들어가 보았다. 살고 있는 곳에도 같은 이름의 음식을 내놓는 곳도 있지만 서산이니만큼 다르지 않을까. 지역에서는 밀국이라고 부르고 있지만 대도시에서는 박속낙지탕이라고 부르고 있는 음식이다. 산란기인 4~5월 금어기가 끝나고 이달부터 잡기 시작한 낙지는 광활한 가로림만 갯벌에 지천이라고 하는데 캐는 눈이 없는지 필자에게는 보이지 않았다. 

웅도에서 멀지 않은 음식점에 자리한 이곳에는 유명인들도 여러 명 왔는지 사진이 걸려 있었다. 서산에 갯벌이 훤히 드러나는 썰물 4시간 동안 낮에 많이 잡는 사람은 하루 100마리 이상, 보통은 70~80마리를 족히 잡는다고 하는데 어떤 사람들이 기준인지는 잘 모르겠다. 

우선 박속낙지탕을 주문하고 기다려보았다. 반찬은 많지는 않지만 먹을만한 찬 위주로 나오고 있었다. 우선 웅도에서 잡히는 낙지가 얼마나 큰지 물어보았다. 보통 회로 먹을 때는 세발낙지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가로림만 주변 마을 주민들은 요즘 잡히는 새끼 낙지를 ‘밀국낙지’라고 부르고 있었다. 밀국낙지는 전라도 지방의 작고 쫀득한 세발낙지와는 달랐다. 

어떤 맛이 좋은지 생각해보면서 음식을 먹었다. 세발낙지는 회로 좋고 밀국낙지는 이렇게 탕으로 먹는 것이 좋을 듯했다. 청정한 갯벌에서 각종 영양분을 흡수해 감칠맛이 더 뛰어나다는 가로림만은 세계 5대 갯벌로 꼽힐 정도로 넓고 우수한 생태계를 가지고 있는 곳이다. 

반찬만을 먹기에는 무언가 부족하다고 느낄 때쯤 박속낙지탕이 나왔다. 

옛날에 바가지를 만들던 ‘박’의 하얀 속살을 넣었기에 박속낙지탕이라는 이름이 달렸다고 한다. 담백한 낙지 맛에 박속이 더해지면 국물이 훨씬 시원해 미식가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고 한다. 박속낙지탕은 박속과 마늘, 파 등을 넣고 끓인 물에 통째로 낙지를 살짝 데쳐 먹은 뒤 국물에 칼국수와 간장 등 각종 양념을 추가해 더 끓여 먹는다.

낙지의 크기가 적지 않아서 씹는 맛이 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세발낙지는 회가 좋고 이런 낙지는 탕이나 찜으로 먹기에 좋다. 게다가 지역마다 다르지만 뻘이 좋은 곳에서 잡아온 것이 맛이 좋다. 

박속낙지탕을 요리를 해본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감자, 호박, 무, 대파, 때론 미나리가 들어가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맛을 낼 수 있을 듯하다. 

밀물과 썰물이 드나들 때면 수위 차이가 엄청나게 벌어지는 서산의 가로림만에는 한적한 어촌 풍경과 다양한 계절 별미인 낙지가 가디라고 있다. 이 지역의 사람들은 낙지를 잡아서 탕을 끓일 때 시원한 맛을 살리기 위해 박속을 무처럼 나박하게 썰어서 넣었다고 한다. 요리를 해봤다면 무가 어떤 시원한 맛을 만들어내는지는 알 수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디저트 or 샐러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