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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Apr 14. 2016

헌츠맨 : 윈터스 워

절대 거울을 차지하라. 

스노우 화이트 엔 더 헌츠맨의 후속작인 것처럼 보이는 헌츠맨 윈터스 워는 백설공주 이야기와는 또 다른 길을 걷고 있는 작품이다. 이블 퀸과 헌츠맨 에릭은 연장선상에 있기는 하지만 백설공주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다. 백설공주 이야기는 새엄마와 딸의 기싸움처럼 보이지만 결국 사람의 근원 욕구를 대변하는 이야기다. 반지의 제왕에서 반지가 소유한 사람이 원하는 절대권력을 의미했다면 헌츠맨에서 등장하는 거울은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에 대한 답을 주는 존재다. 


이블 퀸이 영원한 아름다움을 원했다면 아이스 퀸은 의미 없는 사랑 대신 힘을 원했다. 아름다운 여배우 두 명이서 나란히 악과 얼음을 연기했기에 그들의 대결은 아름답기도 했지만 차가웠다. 군더더기 없이 아름다운 존재는 차갑게 느껴진다. 다가가기 힘들다. 주변에서 얼굴은 이쁜데 다가가기 힘든 그런 차가움이 느껴지는 여자들이 있다. 이런 사람들은 자신이 직접 다가가지 않으면 누군가 다가오는 것이 쉽지 않다. 


영화의 스토리는 정말 평범하다. 아이스 퀸은 언니인 이블퀸의 계략에 말려들어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를 죽이게 된다. 그 이후 자신 내면의 힘인 아이스를 이용해 주변 국가를 장악해 나간다. 그녀가 아이들에게 집착하는 이유는 아마도 때가 덜 묻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일지 모른다. 그녀의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사랑이 있다고 믿지만 주변을 모두 얼려버릴 정도의 그 강한 힘을 그 마음마저 억눌러 버린다. 

아이스 퀸은 죽은 이블 퀸의 거울을 차지하기 위해 자신의 친위대 헌츠맨을 동원하여 거울을 찾는 데 성공한다. 그녀를 막으려는 에릭과 사라의 노력은 물거품이 되고 대신 거울에 쓰여있는 주문을 통해 사악한 이블퀸이 다시 되살아 난다. 헌츠맨 윈터스 워에서 주인공은 남자들이 아닌 여성들이다. 악의 중심에서 서있는 것도 여성, 이들을 막으려는 중심에 서 있는 것도 여성이고 가련하게 운명에 휘둘려서 자신의 힘을 다른데 쓰게 된 캐릭터도 여성이다. 그냥 남자들은 들러리다. 이 영화에서 등장하는 남자들은 어떻게 보면 단순하고 무식하며 우매해 보이기까지 한다. 

영화는 처음과 끝부분을 제외하면 좀 지루하다. 끝장면에서 여왕들의 대결이 그럭저럭 볼거리를 주긴 했지만 영화의 완성도를 높여주지는 못했던 것 같다. 그래도 이 정도면 볼만하지 않을까? 정도 판단하면 될 듯하다. 대신 여성들의 미묘한 감정선을 엿볼 수 있었다. 세 명의 여자 모두 다 남자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상처로 인해 변해가는 여자들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강하게 끌어주길 원하는 여자, 모든 것을 버리더라도 자신을 택해주었으면 하는 여자, 무슨 일이 있더라도 자신을 믿어주었으면 하는 여자까지 모두 말은 안 해도 남자에게 바라는 것이 있다.


남자들은 신이 아니다. 그리고  여자들의 복잡한 감정선을 읽어내기에는 너무 단순한 것이 남자다. 너무 그렇게 밀어붙이지 말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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