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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May 27. 2021

술상 전어

하동 노량의거센 조류가만들어낸 맛

가을이 되면 생각나는 맛으로 대표적인 것은 전어와 대하다. 남해는 다른 지역보다 더 빠르게 전어가 출하되는 편이다. 잡히는 바다가 어디냐에 따라 맛이 달라지는 것은 다금바리만 보아도 알 수가 있다. 제주도에서 잡히는 다금바리 회의 맛은 기가 막힌데 반해 필리핀이나 베트남에서 잡히는 다금바리는 밍밍하면서도 별다른 맛이 없다. 그 차이는 바로 세찬 조류와 먹거리를 찾기 위한 노력에 있다. 모든 생명체는 고난을 이겨내고 나면 더욱더 단단해진다. 사람 역시 그냥 고난과 노력 없이 살아온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는 크다. 

술상 전어 마을이라고 되어 있어서 궁금증이 생겨났다. 왜 술상 전어 마을이라고 붙였을까. 전어라는 것이 가을 전어의 그 전어인가라는 생각을 하면서 방향을 틀었다. 술상 전어 마을의 술상 어촌계는 15척의 어선이 매년 여름부터 남해바다 청정해역에서 하루 400㎏의 전어를 어획하고 있다고 한다. 

안쪽으로 계속 들어오면 알프스 하동이라는 군의 상징과 함께 술상 어업인 복지회관이 나온다. 이곳에서 매년 전어를 판매한다고 한다. 술상 전어는 깨끗한 노량 앞바다와 사천만의 민물이 합류하는 거센 조류지역에 서식해 고깃살이 쫄깃하고 기름기가 많아 유달리 고소하며 영양가가 높은 것이 특징이라고 한다. 

이제 조금 있으면 술상 전어 마을 공동판매장에서는 전어가 가득 차게 될 것이다. 세찬 조류를 이겨내고 살아온 전어의 맛은 다른 지역과 다르다고 한다. 전어를 먹기 위해서는 술상을 차려야 할 것만 같다. 

생각보다 어선이 정박하고 있는 마을의 공간은 넓은 편이다. 술상 전어 마을은 스토리텔링을 위해 지난 2016년 1.2Km 길이 데크길을 조성하고, 이 길을 며느리 전어 길로 명명했다고 한다. 하동 술상마을에는 며느리 전어 길 테크 길이 조성되어 있다. 전어를 주문해놓고 20분 정도 거닐고 돌아오면 전어가 더 맛이 좋다고 한다. 

하동에는 방아섬이라고 사람이 머물 수 있는 작은 섬이 있다. 배를 타고 가야 하는 섬이다. 하동 방아섬은 방아섬과 작은 방아섬이 있는데 경남 하동군 진교면 술상리 산 132에 자리하고 있다. 

배를 타고 방아섬으로 가고는 싶었지만 그냥 등대를 보기 위해 앞으로 걸어가 본다. 이곳의 지명은 술상리이기에 마을 이름도 술상이 붙어 있다. 이곳에서 잡히는 전어는 임금에게 진상이 되기도 했다는데 술상리 지역은 조선시대에는 하동현 옆에 곤양현이라는 행정구역으로 나온다. 

술상마을에 자리한 등대는 하얀색으로 이 마을의 상징물처럼 보인다. 

등대가 마치 날개가 펼쳐져 있는 느낌이 든다. 민물과 바닷물이 섞이는 큰 바다 호수이면서 갯벌이 잘 발달해서 먹이가 풍부한 곳이 이 부근으로 전어가 살기에 딱 좋은 환경이기도 하다. 

이곳의 전어를 생각하니 젊어서 고생은 사서 하라는 말이 그냥 나온 것이 아닌 듯하다. 민물과 바닷물이 섞이는 큰 바다 호수이면서 갯벌이 잘 발달해서 먹이가 풍부한 술상마을에 전어가 잡힐 때 산자락에 펼쳐진 넓은 들판과 시골 마을 풍경을 상상하면서 찾아가 봐야 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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