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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May 27. 2021

소사동 뒷골목 이야기

5월의 따뜻한시간 속으로떠나는...

창원시의 진해구의 소사로를 가면 오래된 흔적의 뒷골목이 지금도 남아 있다.  이곳을 소사마을이라고 부르는데 특이하게도 백석의 시 제목인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라는 카페도 자리하고 있었다. 지금은 가지 못하는 곳인 중국의 베이징의 조그만 골목길을 보통 후통이라고 부른다. 그 후통과 분위기는 다르지만 이곳도 한국의 오래된 모습과 마을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어서 돌아보는 재미가 있다. 

근래에 들어 출산율이 더욱더 낮아지고 결혼조차 못하는 현실 속에 복잡한 서울과 수도권으로 사람이 몰리고 예전에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가상화폐를 통해 한탕을 꿈꾸는 사람들이 넘치는 가운데 개인에 대한 대출규모가 사상 최고를 찍고 있다고 한다. 

소사동의 뒷골목의 시간은 멈추어버린 것만 같다. 점점 짙어지고 있는 곳곳의 신록의 나뭇잎을 바라보고 있으면 여름이 시작되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아직은 더워서 죽을 정도는 아니지만 확실히 날이 더워지고 있다.

이 뒷골목에는 전에 인기가 있었을 노래들의 레코드판도 보인다. 많은 것을 보고 생각하다 보면 통찰이 생기는데 새로운 통찰이 뚫고 들어올 때 죄책감이 생기는데 이는 통찰이 반드시 무언인가를 파괴해야 한다는 사실 때문에 죄책감을 느끼는 것이라고 한다. 전에 믿었던 것이 무너지고 자아와 세계 관계가 뒤흔들리게 된다. 

집들도 있고 공간도 열려 있어서 누구나 들어가 볼 수 있는데 오래된 물건인데 포장이 되어 있고 가격표가 붙여져 있다. 돈을 주고 사라는 의미인지 아주 조금 혼란스러웠다. 살다 보면 어느 정도 흔들리지 않으면 진짜 새로운 생각은 없다고 한다. 

아무렇게나 놓여 있는 오래된 물건들 그리고 어떻게든 비집고 들어가서 머무를 수 있을 것 같은 허물 어가는 집이 소박해 보인다. 이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김달진 생가도 자리하고 있다. 김달진의 시는  달관의 자세에 기초했는데  자연의 순수한 상태에 대한 직관을 통하여 존재의 본질을 통찰하려는 시의식의 출발점에 해당되는 청시가 대표적인 시다. 

이 사진 속의 분들은 지금도 살아계시는지 모르겠다. 나름 멋을 내고 사진을 찍은 모습이 보인다. 숫자를 세어보니 딱 칠공주다. 이 부근에서 주름잡았던 여성들이었을까. 왜 여자들은 칠공주가 되면 소문이 나는 것일까. 

인간의 한계를 인식하는 데서 의식이 생긴다고 한다. 한계를 인식할 수 있어야 확장도 가능해진다. 이곳에  놓인 오래된 물건들은 오래전에는 당시 최신의 기술로 만들어진 것이었을 것이다. 

뒷골목의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다가 보니 마을 분위기가 차분하다고 느껴진다. 이곳 소사는 근대에 만들어진 마을로 조선말 웅천 궁의 동면에 속한 지역으로 일제가 진해 군항 건설을 본격화하면서 군항과 도시에 용수와 전기를 생산할 수원지를 택한 곳이 소사천이 시작되는 구천계곡 하류지역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곳에 공사가 진행되면서 강제이주당하면서 만들어진 곳이 지금의 소사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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