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소설쓰기

장미의 여자

인생의잊지 못할고통

그녀는 그 기억이 아니었다면 5월의 장미가 어울리는 이 펜션이 너무 좋았을 것이다. 정원은 모네의 화가의 정원을 닮았으며 정원을 가꾸는 이유가 미래를 바라보는 일이라고 말했던 주인의 말도 와닿았다. 실내로 들어가면 채광이 잘되는 창의 설계와 높은 층고는 여유를 주는 공간이었다. 건축학적으로 지식도 많은지 생활공간의 면적을 키우고 창을 더 많이 설계한 것은 잠시라도 찾아오는 개개인의 삶을 고려해주는 것 같았다. 건물의 뼈대는 노출 콘크리트로 만들어져서 약간은 현대적인 색감도 더해주었다.


미국에서 꽃 가게를 운영하던 마크 휴즈가 자신의 연인에게 가게에 있던 모든 장미를 바치며 사랑을 고백한 데서 유래된 것으로 알려져 있는 로즈데이에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것도 너무나 괴로웠다. 어떤 사람은 스스로가 했던 잘못을 아무렇지 않게 잊어버리고 산다. 그날의 기억을 생각하지 못하고 가장 싫어하는 노래 레드 제플린의 'Immigrant Song'을 턴테이블에 올리는 것을 보고 결심을 했다.


1970년 영국의 하드 록 밴드 레드 제플린의 곡이라며 가수 로버트 플랜트의 전쟁 출정과 발홀을 언급하는 가사와 함께 노르드 신화에 대한 서정적인 언급이 있다는 이야기를 아는 척하며 오래전에 했었다. 그 노래를 들으면 자연스럽게 감당하지 못할 공포가 연상이 되었다. 사실 완벽한 계획이라고 생각을 했었지만 그렇게 완벽하지는 않았다.


그녀는 조용히 남아 있는 니코틴 원액을 콜라에 떨어트렸다. 니코틴은 쌍떡잎식물이 생산하는 화합물인 알칼로이드(alkaloid)의 일종으로 주로 담뱃잎에서 발견되는데 급성 니코틴 중독의 경우 심할 경우에는 신경 마비, 경련, 기절, 호흡 곤란, 심정지는 물론 사망까지 이를 수 있다. 이 정도면 충분히 치사량이라 생각이 든 그녀는 콜라를 들고 마시려는 순간 누군가가 방으로 들어왔다. 펜션 사장이었다. 그녀는 조용하게 방에 들어와서 있었는데 어떻게 알았는지 정확한 위치에 와 있었다.


"아마도 그거 마신다고 해서 죽지는 않을 거예요." 그녀는 의아한 눈빛으로 그 남자를 바라보았다가 다시 콜라가 담겨 있는 잔을 쳐다보았다. "제가 죽으려고 했다는 것을 어떻게 알았어요?"

"제가 사람을 잘 관찰하는 편인데요. 처음 보았을 때 너무 밝았어요. 넘칠 만큼 밝았는데 불구하고 흔들리는 눈빛이나 술 때문이 아닌데도 수전증이 있었어요. 결정적으로 래드 제플린의 노래가 나왔을 때 자신도 모르게 포도주잔을 떨어트리는 것을 보고 이상하다 생각했었죠. 그때의 눈빛은 절망감 같은 것이었어요. 스스로가 할 수 없는 그런 무언가가 느껴졌죠. 그래서 조금 더 주의 깊게 살펴보았어요. 가지고 오신 니코틴 원액은 다른 걸로 바꾸어 놓았고요."

그녀는 갑자기 울음을 터트리기 시작했다. 내면에서 어떻게 할 수 없어서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그런 울음이었다. "당신이 뭔데 죽지도 못하게 하죠? 당신한테 그런 권리가 있나요."

"사실 모든 것을 알 수는 없지만 예측은 하고 있었어요. 그렇다고 해서 그날의 고통을 제가 감히 알 수 있다고 말하지도 않을게요. 그렇지만 적어도 희망은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요. 자신의 잘못이 아니었잖아요. 적어도 장미가 어울리는 날에 아픈 기억으로 인생의 문을 그냥 닫아버리지 마요."

"대체 저에 대해 뭘 안다고 그러는 거예요?"

"7년 전의 일 때문이 아닌가요?"

"아까전에 제가 이야기하기전까지 아무도 몰랐을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걸 어떻게 알았어요? 저는 이전까지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는데요."

"제가 사람을 잘 관찰하는 편이라서 그 일이 있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냥 일이 벌어질 것 같다는 생각을 했을 뿐이죠. 인생의 문을 어떻게 닫고 싶은지에 대해 조금만 더 생각해보세요. 그리고 그 친구의 죄를 입증할만한 정보는 만들어드릴게요."


그녀가 일행과 이곳에 도착한 것은 12시간 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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