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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Jun 06. 2021

인생의 기록들

음성의 생극을 거닐며 만난 여름꽃

사람은 저마다 자기중심적인 고정관념을 지니고 살아가게 된다. 하나의 현상을 보고도 각자 이해하는 것이 다르다. 자기 나름의 이해는 오해를 가져오게 되는데 연인들이 사랑한다고 하는 것은 상대방을 자기의 방식으로 이해하려는 맹목적인 열기에 불과할 수도 있다. 상대방을 정말 사랑한다고 하면서도 나름의 방식으로 오해를 하고 있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 꽃이 피어 있는 곳에서 형형색색의 꽃들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색맹이 아니기 때문이기도 하다. 눈으로 보는 색맹은 없어도 누구나 마음속에 색맹은 있다. 

생극면의 응천공원의 6월은 어떨지 궁금해서 찾아가 보았다. 화사하게 뒤덮인 여름꽃이 필자를 맞이해주었다. 아버지는 일부 색맹이었는데 그래서 특정색을 구분하지 못했다. 다행히 필자는 총천연색의 색깍을 구분해서 볼 수 있다. 

응천으로 가는 길목에는 사람들이 나와서 하루를 보내면서 함께하고 있었다. 이제 7월부터는 거리두기 단계가 달라질 것이라고 하는데 백신 접종에 따라서 이제 이전과는 다른 생활을 하게 될 수도 있다. 

음성의 특산물 세 개가 당당하게 조형물로 자리하고 있다. 복숭아와 음성고추, 요즘에 먹으면 맛이 좋다는 음성 수박이다. 요즘에 입맛이 떨어져서 맛이 있는 것을 계속 생각하는 중이다. 어떤 걸 먹으면 입맛이 회복될 수가 있을까. 

대도시가 아니지만 이 정도 화사한 느낌을 주는 곳은 대도시에도 많지가 않다. 게다가 사람도 많지가 않으니 마스크에 대한 부담감도 없어서 좋다. 

모네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런 풍광에 나름의 만족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바흐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그의 음악에서 장엄함을 느끼게 된다. 

원래 이곳은 들깨 축제가 열리는 곳이지만 지금은 양귀비꽃과 여름에 볼 수 있는 꽃들로 가득하였다. 꽃을 보고 아름답다고 느끼기 위해서는 색맹이 방해가 되듯이 마음의 색맹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마음을 따르지 않고 마음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는 옛말이 있다. 

덥기는 참 덥다. 더우니 에너지가 넘치고 에너지가 넘치니 화색이 돈다. 몸에도 에너지가 넘치는데 잘 못 사용하면 열기가 몸을 뒤덮는다. 남색의 꽃도 이렇게 화사할 수 있다. 한 가지 색의 벚꽃으로 이곳 십리벚꽃길을 뒤덮을 때도 있지만 이렇게 다양한 색의 꽃이 채워져 있는 것도 좋다. 

가만히 앉아서 흘러가는 물도 쳐다보고 더운 여름날에 남긴 인생의 기록에 대해서도 생각해본다. 여름은 모네와 어울리는 계절이기도 하다. 같은 주제를 시간과 날을 달리하여 반복해서 그리며 무수한 시리즈를 만들었는데 그는 “물체가 지닌 고유한 색은 없다. 색은 빛에 따라서 변화할 뿐이다”라는 말을 남겼다. 사람이 가진 고유한 색은 없다. 자신이 관점으로만 본 색만 존재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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