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장미 같은 방정식
삶의 방정식은 어떤 값이 x에 들어가느냐에 따라 자신에게 맞는 해답이 되기도 하고 다른 사람에게 맞는 해답이 되기도 한다. 미지수의 값이 있다는 것 자체에서 삶은 묘한 매력이 있다. 정해지지 않은 미지수에 따라 참이 되기도 거짓이 되기도 한다. 단순한 1차, 2차 방정식도 있지만 고차방정식도 있다. 봄날의 방정식은 장미의 방정식과 닮아 있다.
신이 처음 장미를 만들었는 때 큐피드가 너무나 사랑스럽고 아름다워서 키스를 하려고 입술을 내밀었다고 한다. 그러자 꽃 속의 벌이 튀어나와 입술을 쏘았는데 이것을 본 비너스가 안쓰러워서 벌을 잡아 침을 빼내서 장미 줄기에 꽃아 두었다고 한다. 과연 큐피드는 장미의 방정식을 풀었을까.
남녀공학이었던 학교를 같이 다녔던 일행 6명은 5월을 맞아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굳이 짝을 이룬 것은 아니지만 남자 셋, 여자 셋이 같이 떠나는 여행이었다. 펜션 한 채를 예약을 하고 차를 가지고 있는 두 명의 차에 나누어 타고 가는 여행이었다. 여자 일행이었던 연희의 차는 CUV로 빨간색의 앙증맞은 모델이었다. 남자 일행이 탔던 동광의 차는 요즘 나온 전기차로 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는 그런 모델이었다.
"지수야. 우리가 이렇게 여행을 간 것이 3년 만인가?" 뒷좌석에 타고 있었던 지수는 답답한지 창문을 열고 봄바람을 만끽하고 있었다. 그녀는 연희의 말에 창문을 올리면서 대답을 했다. "아마도 그럴걸. 저 애들하고 같이 간 것은 7년쯤 되었고 너희들하고는 3년쯤 되었지." 연희는 다시 옆자리를 보며 말을 이었다. "너는 학교생활은 괜찮아?" 화장거울을 보면서 눈썹을 손질하고 있던 그녀는 여행 때문인지 약간은 상기된 표정이었다. "뭐 이제 박사 1년 차니까 조금은 힘든 것 같지만 지낼 만은 해." 지수는 자신의 앞좌석에 있는 여자의 어깨를 두드리면서 물었다.
"수경이가 박사과정을 하게 될지 누가 알았어. 고등학교 때 공부를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았잖아."
"사람의 앞날은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거야. 그렇게 공부만 하던 네가 경찰이 될지 누가 알았겠냐." 연희는 두 사람의 대화를 들으면서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스마트폰에 연결된 블루투스로 음악을 틀었다. 익숙하지 않은 언어로 노래가 흘러나왔다. "연희는 스페인어를 가르치는 사람이 아니랄까. 노래도 그런 것만 들어."
같은 시간 남자들이 탄 차에서는 트로트가 나오고 있었다. 운전하는 지욱이를 제외하고 두 명은 벌써 캔맥주를 따서 마시기 시작했다. 앞에 앉아 있던 동욱이는 발을 대시보드에 올려놓고 트로트를 흥얼거리고 있었다. 뒤에 앉아 있던 경덕이는 동욱이가 과도하게 눕혀놓은 의자가 불편했는지 투덜거렸다. 어릴 때 남자들에게는 희한하게 순위가 있었는데 동욱이는 이 셋 중에서 리드하는 역할의 캐릭터였다. 동욱이는 친구들에게 여자 친구들의 몸매에 대한 품평을 하고 있었다. 가슴이나 몸매, 얼굴 등을 언급하면서 은근하게 순위를 매기고 있었다.
5월의 이날은 유독 좋았다. 좋은 날만큼이나 많은 사람들이 야외로 나들이를 가고 있었다. 덕분에 고속도로는 주차장을 방불케 하였다. 갑작스럽게 높아져버린 온도로 인해 여름이 코앞으로 다가온 것만 같았다. 경덕이는 뒷좌석에서 차의 공간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지욱아 전기자동차가 확실히 공간이 넓은 것 같아. 기어박스가 없으니 공간이 이렇게 넓어지네. 이 차 비싸지 않아?" 막히는 고속도로에서 반자율주행을 세팅해놓은 지욱은 잠시 뒤를 보면서 말했다. "전기자동차는 보조금이 있어서 생각보다 비싸지 않아."
"연희는 아직도 자연 속에서 사는 것이 미래의 꿈이니?" 지수는 물었다. "굳이 이야기하면 나는 미니멀 리스트에 가까운 것 같아. 숲 속으로 들어간 이유가 깨어 있는 삶을 살기 위해서였다는 헨디 데이비드 소로 같은 삶도 괜찮다고 생각해." 손에 유명한 브랜드의 커피를 한 잔 들고 있던 수경이는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말을 이었다. "나는 아파트가 좋아. 이런 커피도 좋아하고 귀찮은 건 질색이야."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가치가 미지수라면 사는 것은 정말 편하지 않을까. 사람은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삶의 방정식 속에 살아간다. 어떤 방정식은 때론 잊히기도 하고 풀지 않아도 되지만 어떤 방정식은 꼭 풀어야 되는 것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