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소설쓰기

장미의 여자

새로운 인연

남자 셋, 여자 셋을 태운 두 대의 차량은 막힌 고속도로를 지나 국도에 접어들었다. 모내기가 끝나고 물을 잔뜩 머금은 논에 햇살이 비추면서 반짝거렸다. 연희는 반짝거리는 논을 보면서 얼마 지나지 않아 황금색으로 물들게 될 가을도 금방 오겠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모내기를 하지 않은 곳에는 여물은 보리를 수확하는 농민들이 보였다. 얼마 전 TV의 교양프로에서 보리에 대한 방송을 본 기억이 났다. 늦가을에 뿌린 씨앗은 이내 움터서 파랗게 싹을 내지만 무서리와 된서리도 맨몸으로 맞이듬해 늦봄과 초여름의 어름에 거둔다는 보리는 옛날 보릿고개를 연상케 한다고 한다.


지욱이는 시골길을 운전할 때 무척이나 신경이 쓰였다. 전기차의 50%를 차지한다는 배터리에 금이라도 가면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그냥 도시 속에 있는 호텔을 예약하자고 했지만 여자애들이 굳이 정원이 있는 곳을 예약했다면서 그 펜션을 선택했다. 도시 속에서 있는 호텔에서는 술을 마시기도 편하고 야외수영장이 있는 곳도 적지가 않아서 밤늦게까지 노는 데는 제격이었다.


"굳이 이런 곳까지 가야 해. 막히는 고속도로를 지나서 길도 좋지 않은 곳을 말이야." 지욱이는 툴툴거리기 시작했다. "어떻게 여자애들이 먼저 예약하고 가자고 하는데." 경덕이가 그녀들을 옹호하듯이 대답했다. "너는 학교 다닐 때도 여자애들 말을 잘 들어주더라. 그러면 애들이 호구인 줄 알아." 동욱이는 손에 스마트폰으로 최근에 나온 게임을 하면서 쏘아붙였다.


경덕이 게게 지수가 연락이 온 것은 오래간만의 일이었다. 한참 동안 연락이 되지 않았던 그녀가 오래간만에 야외 나들이를 제안했던 것이다. 집에 돈이 좀 있었던 동욱이는 일을 할 생각이 별로 없어 보였지만 자신은 일을 했어야 했다. 몇 년 전부터 물류센터에서 일을 했는데 생각보다 지속성 있게 일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지욱아 너는 일은 할만해?"

"개발자라는 것이 뻔하지 뭐. 요즘에는 생각보다 할 일이 많아져서 짜증 나고 있어. 야근했던 시간을 제대로 쳐주는 것도 아니고 무슨 사람을 부려먹듯이 일을 시킨다니까."

"그래도 연봉은 괜찮은 편이잖아. 아직은 갈 곳도 많은 편이고 말이야."

"뭐 아직은 일할 곳이야 많지. 그래도 동욱이 팔자가 가장 좋지. 커피숍이나 차려달라고 해서 그거나 운영하면 되지. 건물도 자기 아빠 건물이니까." 동욱이는 지욱이의 이야기를 듣고도 가만히 있었다.


차는 어느덧 펜션의 입구까지 도착을 했다. 펜션에는 주차장이 잘 조성되어 있어서 주차를 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없었다. 생각보다 펜션은 탁 트인 전망을 가진 곳에 자리하고 있었다. 멀지 않은 곳에 물이 흐르고 있고 앞에 공간에는 글램핑 시설도 2~3개쯤 자리하고 있었다. 차가 들어서자 부부로 보이는 남녀가 그들을 맞이해주기 위해 걸어 나왔다.


차에서 내린 연희는 주변을 돌아보았다. 블로그에 소개된 것보다 훨씬 더 포근해 보이는 느낌의 공간이었다. 수경과 지수도 차에서 내려서 기지개를 켰다. "와~ 멋있다. 나중에 나이 들면 이런 곳에서 살고 싶었는데 나중에 어떻게 살게 되었는지 물어봐야겠다." 연희는 뒤에 서 있는 수경과 지수를 보면서 말했다. 곳곳에는 그림들이 걸려 있는 것이 보였다. 그림을 그리는 연희라서 그런지 주의 깊게 살펴보았다. 그리고 다가오는 부부를 향해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펜션의 분위기가 너무 좋아요. 그리고 여기에 있는 그림들은 혹시 직접 그린 거예요?" 연희의 말에 남자는 주변에 있는 그림들을 쓱 둘러보면서 말했다. "그림을 따로 배운 적은 없지만 어릴 때부터 재능이 있었던 것 같아요. 미술관을 취미로 찾는 것도 도움이 된 것 같아요."


남자들도 이어 차에서 내려 간단하게 목례로 부부에게 인사를 하는 것으로 대신했다. 지욱이는 뒤에 있는 트렁크를 열었다. 남자들의 짐은 간단했다.


지수는 가만히 앉아서 정원에 피어 있는 꽃양귀비를 자세히 바라보았다. 그녀의 뒤로 펜션의 여주인이 다가왔다. "왜요? 이쁜가요?" 지수는 앉은 자세로 뒤를 돌아서 그녀를 쳐다보았다. "이 꽃 이름은 무엇인가요?" "그 꽃은 꽃양귀비라고요. 주로 이년생으로 유럽 남부와 북부, 아시아 온대지역, 호주 등지의 고산지대 초원에서 자생하는 꽃이에요. 빨간색이 가장 많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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