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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Jun 25. 2021

호수 왕국

음성의 쑥부쟁이 둘레길

우리는 너무나도 쉽게 사랑을 자기 자신만의 관점에서 정의한다. 상대방이 아닌 자신의 편의에 의해 이기을 위해 사랑을 말한다. 겨울왕국에서도 동생 안나는 엘사에 대한 사랑의 목적은 그런 것이었다. 프랑스의 철학자 장 퀵 마리옹은 사랑이란 '다른 사람이 나를 사랑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서 답을 찾고자 하는 욕망이라고 한다. 진실한 사랑은 다 잊는데에서 출발할 수 있다. 음성의 용산리 저수지가 얼어 있을 때를 본 기억이 난다. 그 위에 눈이 쌓여 있었는데 마치 얼음왕국과 같았다. 지금은 호수 왕국이 되어 길을 열어주고 있는 곳이다. 

비가 많이 왔다고 하는데 음성 용산리 저수지에는 그다지 물이 많지가 않았다. 물이 조금 더 가득했더라면 좋았을 텐데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길을 걷는 것은 소박한 행복 중 하나이기도 하다. 새로운 것을 보는 것만 으르도 만족하면 새로운 생각도 자연스럽게 솟아난다. 사람들은 무언가 큰 것을 바라는 경우가 많다. 허세나 허영심은 사랑과 물과 기름처럼 섞이지 않는다고 한다. 

자연을 사랑하는 것은 자신에 대한 의미 있는 사랑이기도 하다. 자신의 이익을 위한 사랑으로는 의미 있는 사랑의 관계를 맺을 수 없다고 한다. 그래서 무장애 나눔길이라는 이 길은 의미가 더 해지는 공간이다. 같이 나눌 수 있다는 것만으로 만족할 때 그냥 그 자체로 가치가 있는 것이다. 

겨울왕국 속에는 호수와 같은 공간도 그려진다. 무장애 나눔길은 말 그대로 노인층 및 장애를 가진 사람들과 같은 소외계층을 배려하여 만들어진 길로 산림복지 차원에서 가장 쉽게 산림에 접근할 수 있는 방 안으로 만들어졌다. 이곳에는 쑥부쟁이와 관련된 사랑이야기도 있다. 쑥 캐러 다니는 불쟁이의 딸을 의미하며 쑥부쟁이의 꽃말은 그리움과 기다림이다. 

그녀는 함정에 빠진 사냥꾼 청년을 구해줬는데 결혼까지 약속하였지만 떠났다가 다시 돌아왔을 때는 결혼을 한 상태였기에 결국에 세상을 떠나게 된다. 사냥꾼 청년의 이야기를 보면 사랑의 이기적인 개념을 상징할 뿐 아니라 사랑을 자기 주도적인 것으로 이해하는 문화가 진정한 사랑의 특징처럼 보여준다. 

이곳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쑥부쟁이의 딸이 해피엔딩으로 끝나면 좋았겠지만 그렇지는 않았다. 지금도 가끔 어머니는 쑥을 따러 이곳저곳으로 다니기도 하신다. 

그렇게 길가에서 쑥부쟁이도 보고 어느 시대에 살았을지 모르는 소녀의 사랑이야기도 생각해본다. 처음에 걷기 시작한 길이 멀어 보이지만 계속 걷다 보면 끝에 다다르게 된다. 

쑥대며 엉겅퀴 같은 억세고 질긴 풀들이 서로 완강히 얽혀 있는 곳에서 보는 쑥부쟁이는 연약해 보이지만 아름다운 꽃이다. 때가 되면 토실토실한 씨앗을 가득 품은 그것은 곧 흩날릴 채비를 하고 있는 쑥부쟁이는 부모의 손길에 편하게 자라난 친구들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며 아픔을 댈라는 상징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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