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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Jul 01. 2021

꽃이 되었다.

통영의 야경을 보며 시간을 보내는 일

통영의 밤거리를 거닐다 보면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시가 김춘수의 시다. 그의 '꽃'이라는 시는 의미가 남다르게 느껴진다. 사람마다 꽃은 다르게 다가올 것이다. 김춘수라는 시인에게 꽃이라는 시는 의미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의미가 되고 싶다. 


- 김춘수 <꽃>

평소에는 낮에 이곳을 지나쳐가서 몰랐는데 해가 저물어갈 때 오니 바닷물의 흐름이 명확하게 보인다. 통영대교의 사이를 끊임없이 해류가 흘러가고 있다. 통영대교의 밑에는 통영해양공원이 자리하고 있다. ㅇ이곳은 다양한 형태의 숙박공간이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곳이기도 하다. 

얼마 전 TV에서 후쿠오카의 방사선 오염수를 방류한다는 것으로 인해 제주해녀에 대한 이야기를 본 기억이 난다. 제주해녀는 우리의 문화이며 바다를 토대로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곳에도 250여 명의 해녀들이 1999년 7월 10일 사단법인 통영 나잠 제주 부녀회를 설립하여 바다를 벗 삼아 해산물을 채취하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 해가 저물어갈 때 통영대교를 보니 느낌이 남다르다. 매번 통영시장이 있는 곳에서 머물렀는데 이곳에서 머문 것은 처음이다. 

이곳에서 유명한 음식은 크게 두 가지이다. 통영 다찌와 통영 물회다. 통영은 군항이자 어항이었고, 상업항이기도 했던 곳이다. 통영 해산물 종합 선물세트가 통영 다찌다. ‘다찌’의 어원에 대해서는 여러 설이 있다. 그중 가장 신빙성 있는 것은 일본어 기원설이다. 일본어 다찌노미(立飲み:서서 마시는 곳)에서 왔다고 한다. 

아쉽게도 통영 다찌는 2인 이상부터 먹을 수 있다. 아무리 2인 요금을 낸다고 하더라도 술을 많이 마셔야 하기에 1인은 먹기가 쉽지가 않다. 술값만 내면 안주는 그날그날 바다 상황에 따라 수급이 가능한 싱싱한 안주가 그냥 따라오는 매력이 다찌에 있다. 

무언가를 먹기 위해 갔다 왔더니 벌써 야경이 환하게 밝히고 있었다. 이 야경은 새벽이 되면 대부분이 꺼지게 된다. 이날 야경에  어울리는 시는 김춘수의 시였다. 김춘수는 유복한 환경에서 태어났는데 우월감을 갖기보다 오히려 또래 친구들에 대한 미안함과 죄책감, 그리고 이런 느낌에서 비롯된 소외감 때문에 괴로워했다고 한다. 그런 면에서 보면 다자이 오사무가 연상된다. 

김춘수가 표현했던 것처럼 바람은 한려수도에서 불어오고 있었고 바다가 밤에도 불을 밝히고 있었다. 어릴 때 도스트 예프스키의 소설은 많이 읽었는데 그 역시 그의 소설을 읽으면서 그 감동은 되풀이 읽고 또 읽어도 줄어들지 않았다. 그것은 소설이라기보다는 그에게는 하나의 계시였다고 한다. 

시간은 이렇게 또 지나가고 있다. 김춘수가 생각했던 것처럼 삶의 덧없음과 싸우면서 실존의 본질에 대한 물음을 붙들고 고투했다고 ㅎ하낟. 

다음에 올 때는 통영의 야경을 즐기기 위한 방법으로 통영의 해상택시를 타는 것이 좋다고 하는데 한 번 타고 통영의 바다를 돌아보고 싶다. 낮보다 밤이 더 눈부시다는 이야기가 어울리는 도시가 밤의 도시 통영이다. 

모든 세계도시에는 야경이 있다. 나이트 뷰(night view)는 도시의 색다름을 보여준다. 밤에는 조용한 도시였지만 아치형 통영대교도 있고, 항구가 있으며, 도심과 미륵도가 가까이 마주 보고 있어 남다른 감흥을 선사해준다. 숙소의 부엉이는 들어올 때마다 빤히 쳐다보는 것이 무언가 의미를 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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