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소설쓰기

장미의 여자

원한

그의 설명을 들은 일행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눈치를 보고 있었다. 그의 표현에 의하면 동욱이에게 생긴 일은 살인일 가능성이 높았다. 그렇지만 동욱이에게 죽이고 싶을 정도의 원한이 있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이때 펜션 여주인과 연희가 차를 들고 거실로 들어왔다. 각자에게 차를 따라주었지만 다들 차를 마실 분위기는 아니었다. 설명을 듣지 못했던 연희만 찻잔에 차를 따라서 마셨다. 잠시 적막한 분위기가 흐르고 남자가 말을 시작했다.


"아까 설명에 기반하여 여러분의 친구 중 한 분은 살해당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금 여기 계신 다섯 분 중 한 명이 범인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지욱이가 경덕이를 보면서 말을 이었다. "저희들은 동욱이에게 원한을 가질 가능성이 전혀 없어요. 물론 잘 사는 부모 덕분에 얄미운 구석이 없었던 것도 아니지만 죽 일정도는 아니죠." 경덕이도 말했다. "뭐 거리낄 것 없이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것은 있지만 그냥 잘 지냈어요."


남자는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일어섰다. "사람들은 자신이 누구인지 모를 때가 있습니다. 감정이 축적되다가 어느 순간에 터질 수도 있는 것이 사람입니다. 사람은 쉽게 죽지도 않지만 생각보다 쉽게 죽을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남자분들이 자고 있었던 방은 안에서 잠겨 있었거든요. 창문도 잠겨 있는 상태였고요."


지욱이는 억울하다는 듯이 일어나면서 말했다.

"아니 누군가가 죽이고 문을 안에서 잠그고 나갔을 수도 있죠. 게다가 우리들은 모두 술에 취해있었으니까 소리도 못 들었을 가능성도 크고요. 여자들이 안 했을 것이라는 법은 없죠." "맞아! 왜 우리만이 그럴 수 있다고 단정하나요." 경덕이가 덧붙였다.


"그럼 사망원인이 무엇인지 알 수 있나요?" 연희가 물었다.

"정확하게는 모르겠지만 심정지에 이르는 무언가를 주입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우리도 동욱이한테 그런 원한 같은 것은 별로 없어. 게다가 우리가 이렇게 만나서 온 것이 4년은 되는 거 같은데 그 시간 동안 뭐가 있을 리도 없고. 아무래도 너희들은 자주 만났잖아. 그러니 우리보다는 너희들에게 더 이유가 있을 수 있지." 지수는 말했다.


경덕이는 지수의 말을 듣고 나니 그럴듯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자신에게 먼저 연락을 한 것은 지수였다. 학교 다닐 때는 어느 정도 친했던 것은 사실이었지만 확실히 오랜 시간 보지는 못했다. 가끔 안부 연락을 했을 정도였다. "그런데 너는 갑자기 여행 이야기를 꺼낸 거야?"

"만난 지 오래도 되었고 대학교를 다니면서 서로를 보지 못해서 한 번쯤 봐도 되겠다고 생각한 거지. 참 경덕이는 학교 다닐 때 동욱이한테 무시당한 것도 있잖아."

"그게 언제 적 이야기야. 그리고 왕따라던가 학교폭력 정도는 아니었어. 그냥 사람을 시켜먹기를 좋아하는 것이 싫긴 했지." 경덕이는 목이 마른 지 차를 한 모금 마셨다. 남자는 이야기를 듣다가 수경을 바라보며 말했다. "학창 시절에 서로는 어떤 관계였나요?" "저에게 물어보는 건가요?" 그녀의 말에 남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연희나 지수와 저는 친한 사이였어요 지수가 남자애들하고 조금 친했던 사이였고요. 그래서 가끔씩 볼 때는 있었지만 동욱이가 어떤 친구인지는 몰랐어요." "그렇군요."


"제가 알기로는 동욱이를 중심으로 지욱이나 경덕이와 몇 명 애들이 패거리를 지으면서 어울려 다녔던 것은 기억을 해요. 동욱이는 그때도 수백만 원 자리 오토바이를 타고 다녔고 돈도 잘 썼어요. 그때야 학교 다닐 때니까 그럴 수도 있었는데 저나 수경이는 그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았거든요."연희가 말을 덧붙였다.


"기억이라는 것이 원래 자신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파편화되어 남기 마련입니다. 기억은 그 어느 것도 정확하다고 말할 수는 없는데요. 대신에 기억을 되살릴 수 있는 트리거는 있을 수 있습니다. 여러분들은 제각기 방식으로 그 친구를 기억하고 있는 겁니다. 사람마다 견딜 수 있는 감정의 제약은 모두 다를 수 있습니다." 남자의 말을 들은 지수가 물었다. "만약 이 것이 살인사건이라면 어떻게 되나요?"

"날이 밝고 전화가 되면 경찰이 와서 각자에게 조사를 하겠죠. 탐탁지는 않지만 이 펜션도 압수수색을 하게 될 것이고요. 우선은 화장실을 갈 때를 제외하고 모두 이곳에 있어야 합니다. 오해받지 않으려면 말이에요." 그의 말을 들은 그녀는 살짝 불안해지는 것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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