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
화려한 네온사인이 거리를 채우는 것을 넘어서 이곳저곳에서 보내는 메시지가 손위의 홀로그램으로 보내지고 있었다. 1억 명 이하로 떨어지기 시작했다는 뉴스를 엊그제 본 것 같은데 벌써 1년이 지났다. 그래도 이곳은 사람들이 넘쳐나고 적지 않은 사람들이 거리를 배회하고 있었다. 시끄러운 배기음을 내는 차량은 이제 찾아보기 힘들 때였다. 이제 거리에서는 택시는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남자는 검은색으로 짙게 가려진 차량의 뒷좌석에서 내리자 차량은 투명한 상태로 바뀌었다.
100이 넘는 시간 동안 이곳은 많은 변화가 있었다. 1923년 관동 대지진이 일어났던 이곳은 지금은 천지개벽하듯이 많이 바뀌었는데 젊은이들이 아닌 중년들의 거리 혹은 가진 사람들의 거리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었다. 남자는 안쪽으로 걸어 들어가면서 한 클럽에 다다르자. 손목 위로 그곳에서 일하는 클럽의 아가씨들이 자연스럽게 떴다. 멀지 않은 곳에 스미다강이 흐르고 있지만 지금은 수량이 많지 않아서 강이라기보다는 천처럼 변해버렸다.
그에게 있어서 그녀의 변심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긴자 거리의 클럽에서 가장 솔직하고 인간적인 면이 있다고 생각한 사람이었는데 어느 순간 사람의 감정이 메마른 스미다강처럼 변해버린 것만 같았다. 전화통화를 할 때도 아무런 감정이 안 실린 것처럼 느껴졌다. 자신의 감정은 여전히 불타고 있는 장작불처럼 뜨거운 것 같은데 그녀는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그는 은화를 마치 자신의 행운을 지켜주는 것처럼 가지고 다녔다. 할아버지가 역사를 가르치는 교사였는데 이 거리가 특별한 의미를 가졌다면서 자주 말하곤 했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두 차례의 파괴에도 불구하고 긴자는 빠른 시일 내에 복구가 이루어져 일본 제일의 번화가로 자리매김했던 데에는 신의 도움이 있었다고 생각했던 사람이었다. 자신도 그렇지만 어떤 이름에 큰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일본인들의 특징이었다. 물론 전국에는 이 긴자의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는 곳도 적지 않다. 오죽하면 1,000년도 넘는 시간 전에 신의 바람이라는 의미의 가미카제가 90년 전에 사용이 되었을까. 할아버지의 그 말에 믿음이 간 것은 아니었지만 자신도 모르게 오래전에 은화 제조소가 생겨났고 그곳이 은화를 만드는 거리라는 뜻에서 긴자라는 이름이 지어진 그 기운을 받고 싶었다.
식장을 나온 그녀는 정처 없이 달리기 시작했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그 말 자체에 행복이나 만족감을 느끼지 못한 시간이 흘렀다. 자신에게는 이 순간이 행복한 순간이 아니었다. 어떤 의미에서 보면 행복이라는 단어를 이해하지 못하게 된 것만 같았다. 자신이 그렇게 변하게 된 것은 한 달 전쯤 자신과 가장 친한 친구와 식사를 하면서 변화된 것처럼 느껴졌다. 가장 감정이 풍부했던 그 친구는 어느 순간 메말라버린 감정을 붙잡아둔 살아 있는 생명체 혹은 사람처럼 보였는데 그 모습이 지금의 자신에게 투영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