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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Sep 07. 2021

COSMOS 나비

나는 누군가의 가장 소소한 이야기

코스모스의 발견은 바로 이날 일어난 일이었다. 여기서 말하는 코스모스는 우주가 아닌 가을의 꽃 코스모스를 의미한다. 가장 단순해 보이는 꽃이지만 전우주의 관점으로 본다면 인간과 그렇게 다를 것이 없어 보인다. 스스로를 인식할 줄 아는 존재이긴 하지만 생각하고 사는 사람들은 많지는 않다. 비가 내리다 말다를 반복해서 그런지 고령의 천변의 풍경은 수채화 같아 보이기도 했다. 

비가 많이 내려서 그런지 흘러내려오는 물소리가 세차게 들려온다. 이곳을 돌아다니는 사람들은 별로 보이지 않았지만 예전에 이곳에서는 고령 꽃 축제를 하기도 했었다. 1년생의 초본으로 가을 해가 저물녘이면 세상의 모든 고단함을 풀어주는 화사한 코스모스가 고운 자태를 드러내는 계절은 가을이다. 

이곳저곳에 피어있는 풀꽃과 들꽃들이 아름답게 피어 있다. 르누아르 그림을 가끔씩 보기도 하지만 그는 자신의 그림 속에 슬픔을 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화가였다. 자신에게 그림은 사랑스럽고 즐겁고 아름다운 것이어야 하며 세상에는 싫은 것들이 너무 많다고 하였다. 필자 역시 사람들의 거짓이나 허세같이 보일 때 참 귀에 거슬릴 때가 많다. 

비가 내려서 생각만큼 환한 가을의 일상을 보여주지는 못했지만 색의 향연이 넘치는 곳에 자연의 색채가 돋보이는 풍경이다. 즐거움이 넘치는 행복이 가득하다는 것이 좋은 것만 볼 때 나오지 않을까. 

원래 있던 곳을 다른 용도로 만들어져서 어북실 코스모스 조성지가 건너편에 조성되고 있었다. 고령군 대가야읍 헌문리(어북실) 일원으로 4월에는 유채꽃과 9월이 되면 코스모스로 채워지게 되는 곳이다. 회천은 고령군 사람들의 삶에서 친숙한 장소일 것이다.  흔히 보는 농촌의 공간에서 코스모스는 보석처럼 숨어 있다.  


많지 않은 코스모스 중에 이 코스모스는 나비처럼 날아갈 것만 같았다. 세상에는 따뜻한 그림도 있고 따뜻한 풍경도 있다. 나비의 날개가 다섯 개가 있다면 이런 모습이지 않았을까. 

고령의 코스모스 이야기는 계속되겠지만 이걸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서 새로울 수도 있고 아무런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 저 멀리 보이는 고령 다리의 조형물은 육지의 등대처럼 보인다.  초후(初候)에는 기러기가 날아오고, 중후(中候)에는 제비가 강남으로 돌아간다는 백로가 드디어 지나가기 시작했다. 가을장마도 끝나고 추석이 돌아오면  비가 오면 십리(十里) 천석(千石)을 늘인다는 백로의 설화를 들을 수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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