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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Jun 21. 2016

동물과 교감하는 이야기

고령의 미니멀 주 동물원

동물원은 흔히 볼 수 있는 반려동물을 제외하고 직접 만나기 힘든 동물들을 만날 수 있는 유일한 공간 중 하나다. 서울 및 수도권, 광역시에는 대형 동물원이 있어서 시민들이 접하기 어렵지는 않지만 시나 군 단위 이하에서 거주하는 사람들은 동물원으로의 접근성이 좋지는 못하다. 경상북도 고령군에는 작은 동물원이 하나 있는데 규모도 작고 대형 동물원에 비해 동물들의 수도 턱없이 부족하지만 다른 동물원에서 경험하기 힘든 색다른 체험을 할 수 있는 곳이다. 


외국에서 우리는 동물원을 샀다는 프로그램이 2007년 BBC TV 'Ben's Zoo'라는 다큐멘터리로 4주 연속 방송되어 사람들의 인기와 관심을 받은 적이 있었다. 폐장 위기에 처했던 '다트무어 동물원'이 자연보호와 교육이라는 테마를 내세워 지역에서 인기가 있는 명소가 되었듯이 고령 미니멀 주 동물원도 산속에 자리해서 자연보호의 콘셉트를 포함한 교육을 내세워 지근거리에 있는 대구와 합천 등의 사람들에게 입소문을 타고 점차 명소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고 한다.

미니멀 주 동물원에 오면 가장 먼저 만나는 동물은 바로 미니말이다. 미니멀 주는 조그마한 동물을 합쳤다는 의미로 단어를 만든 것처럼 보인다. 벤자민이라는 실존인물처럼 사람들 모두가 동물원을 살 수는 없다. 그러나 동물원에 가볼 수도 있고 권리도 있다. 어떤 동물원을 선택해야 할지는 본인의 몫이다. 사람들에 따라 다르겠지만 보통은 동물들을 구경하지 관찰하는 사람은 드물다. 그리고 여러 가지 제약에 의해 관찰을 할 수는 있지만 교육의 차원까지 가는 것은 쉽지 않다. 

이곳은 규모도 작은 편인데도 불구하고 사육사들이 상당히 많은 편이었다. 방문객들이 별로 없을 때 가면 사육사와 이곳을 찾은 사람들의 비율이 50:50 정도가 될 정도로 많다. 이렇게 많을 필요가 있을까?라고 생각한 것도 잠시 미니멀 주 동물원이라는 곳의 콘셉트를 직접 경험하고 나니 사육사가 많을 수밖에 없겠다고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보통 가족단위로 찾는 이 동물원에 오면 일행에게 사육사가 한 명씩 따라다니면서 동물에 대한 다양한 설명을 해주고 때로는 직접 동물과 교감을 나눌 수 있게끔 도와준다. 

우리는 가까이에 있는 사람의 감정조차 100% 이해하기 힘든데 동물들의 감정과 상태를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오랜 기간 연구에 걸쳐 동물들이 어떤 이상행동을 하는지나 패턴에 따라 그 상태를 진단한다.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진단하는 것이다. 국내에도 수많은 중소규모의 동물원이 있지만 제대로 운영되는 곳은 생각만큼 많지 않다. 열악한 환경으로 인해 동물들이 자연이 아닌 생지옥 같은 곳에서 갇혀 살다가 허망하게 죽는 사례도 많다. 

사실 동물들에게 자연과 똑같은 환경을 제공해주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것이 아니라 불가능하다. 어떤 시설 좋은 동물원이라고 할지라도 그렇게 만들어줄 수는 없다. 국내에서도 적지 않은 동물원들이 방치되다가 폐업하면서 문제가 된 적이 있다. 창원의 '줄루 랄라'도 그렇고 '치악 드림랜드'도 그랬다. 동물원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다. 그 돈은 동물원을 찾는 사람들이 낸다. 미니멀 주 동물원은 그 경계를 잘 지키고 있는 것 같았다. 사실 교감 없이 동물들을 마음대로 만지고 주무를 수 있게 하는 것은 사람이나 동물 서로에게 바람직하지 않다. 그래서 교육받은 사육사들이 같이 있는 것이 중요하다. 어떻게 교감해야 하는지 적어도 그 선을 알려주기 때문이다. 

체험 동물원은 동물을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는 곳이 아니다. 동물들이 겁을 먹지 않고 다른 종인 사람과 교감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 상태에서 소통하듯이 스킨십을 시도하는 것이 좋다. 이 동물원에 있는 동물들은 파충류와 작은 표유류가 대부분이다. 호랑이도 두 마리가 있다는 것이 조금 특이하긴 하다. 

국내의 작은 규모의 동물원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사막여우이다. 반려동물이라는 의미는 비록 동물이지만 인간에게 안정감을 부여하고 때로는 동반자처럼 같이 간다는 것도 내포하고 있다. 집에서 키우기 힘든 동물들은 동물원을 오지 않으면 만나기 쉽지 않다. 동물들을 접하면서 이해하면서 결국 동물들을 사랑하고 보호하는 생각을 키울 수 있다는 강점을 가진 동물원이지만 정작 동물들이 자유를 제약받는 것은 사실이다. 

미니멀 주 동물원을 찾는 사람들은 만족도가 상당히 높은 편이라고 한다. 이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표정만 봐도 그것은 유추해볼 수 있었다. 청정지역 내에 위치한 이곳은 자연과 사람이 함께 살아가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동물원을 만들었다고 한다. 직접 오감으로 자연을 체험하고 동물들과 교감을 통해 사회성 증대를 비롯 교육의 효과까지 있다고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동물들과 교감을 싫어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혹시 물거나 할퀴거나 등의 행동을 하지 않을까라는 염려 때문에 가까이 가지 않은 경우가 허다하다. 그건 인간이 아니라 동물들 역시 똑같다. 자신과 다른 존재가 자신에게 다가오고 만지려고 주무르는 것을 누가 좋아하겠는가. 

지구의 관점으로 보면 인간이나 동물이나 같다. 똑같이 생명을 가지고 있고 자연과 더불어 살아간다. 자연과 함께하고 동물을 이해하다 보면 다른 사람들을 이해하고 포용하는데 도움이 된다. 최근 동물원들의 변화 추세를 보면 구경하는 개념을 벗어나 생태개념이 도입된 체험 동물원으로 변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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