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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Oct 03. 2021

펜의 힘

인간다움과 날카로움 사이의 균형

펜의 힘을 가지기까지는 최소한 매일매일을 노력하며 스스로를 괴롭히는 시간이 10년이 지나야 생기기 시작한다. 그리고 나서야 비로소 자기의 길을 걸을 수 있게 되는데 다시 오랜 시간이 걸려야 글이 무엇이라는 것을 조금 알 수 있게 된다. 펜은 강하다. 종이에 쓸 때는 부드럽게 평면이 되지만 그 자체로는 날카롭기 그지없다. 펜의 길을 걸으면 고난의 길이 펼쳐진다. 그리고 뒤의 일반적인 세상의 문은 닫혀버린다. 인간의 모든 정신적 활동, 그것을 반영하는 것으로서 문학이 인간 또는 인간다움과 어떤 상관성을 갖고 있는가에 대한 추구 및 천착으로 일관한 작가가 하동에 있다. 

오래간만에  하동을 대표하는 작가 이병주의 흔적을 찾아서 이병주 문학관으로 왔다. 이병주는 학구적인 자세로 일관하지 아니하고 자신의 파란만장한 삶의 굴절과 함께 박학다식한 독서 체험을 했던 사람이다. 

이병주 문학관으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펜이 세워져 있다. 펜은 날카롭지만 부드럽다. 때론 부드럽지만 날카로운 것이 펜이다.  사상의 최고, 행동의 최고, 취미의 최고이며 지적인 생활이란 언제나 최고를 선택하는 생활이라고 한다. 

큰 강이 되려면 수많은 실개천이 모여야 된다. 골짜기가 깊기 위해서는 산이 높아야 하며 강이 넓고 깊게 되기 위해서는 수많은 실개천과 함께 흘러야 만들어진다. 

그의 흔적과 글들을 볼 수 있다. 이병주의 문학은 인간이라는 존재에 앞서 모든 이데올로기에 대한 것을 반대하고 있었다. 앞서 흐르는 물은 이미 바다로 나갔지만 하동포구로 끊임없이 흐르는 물은 새로운 생각을 하기 위해서는 비울 줄 알아야 한다고 한다. 

올해는 이병주가 태어난 지 100주년이 되는 해라고 한다. 그래서 작가 나림 이병주 선생(사진, 1921~1992년)의 문학을 기리는 ‘2021 이병주 하동 국제문학제’가 2일 경남 하동 이병주문학관에서 열렸다.  

10월 초에 하동 문학제가 하동 문학관에서 열렸는데 10월의 황금연휴기간에 열렸지만 코로나19에 행사는 축소되어서 진행되었다. 

그가 남긴 80여 권 분량의 소설과 에세이, 종횡무진의 서사를 자랑하는 실록소설 속의 그의 어록인 “역사는 산맥을 기록하고 나의 문학은 골짜기를 기록한다” 등이 모두 그와 동궤(同軌)의 맥락을 보여주고 있다.

역사는 인간사의 깊은 굴곡에 숨어 있는 슬픔이나 아픔을 보여줄 수 없는 것이며,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장르가 소설이라는 지론은 개인적으로 그의 생각에 동의한다. 

시대와 사회 속에서 구체적 삶을 엮어가는 이들의 디테일한 담화들이 그의 소설 속에 있는데 문학을 통해 간접 체험으로서 세계를 탐색하고 스스로 가치 기준을 정립할 수 있다. 

실체적 진실을 볼 수 있는 것은 읽고 생각하는 힘에 있다. 사람은 단편적으로 보고 왜곡되어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병주라는 작가는 다양함과 사색을 생각하게 만드는 사람이기도 하다. 

꽃이 피어 나풀나풀거린다. 나풀거리는 꽃 속에 이야기가 있으며 이야기 속에 생각이 있고 생각 속에 길이 있다. 펜으로 쓴 이야기도 꽃에 담겨서 전달이 될 수 있을까. 고대 그리스에는 시간을 의미하는 단어가 두 개 있는데 크로노스와 카이로스인데 크로노스는 일반적인 시간인 시계 속의 분을 말하며 카이로스는 딱 맞는 적절한 때를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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