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소설쓰기

삶의 법칙

네 번째 퍼즐

생각의 속도를 어떻게 잴 수 있는지 잘 모른다. 그런데 1분이 60초, 한 시간이 3,600초, 하루가 86,400초, 1년이 2,073,600초, 한 80년쯤 산다면 165,888,000초쯤 살게 된다. 계산이 빠르다는 이야기는 어릴 때부터 들어왔다. 그리고 지금 타고 가는 KTX가 25,000 볼트쯤 되는 전기에 의지해서 가고 철로는 계속 유지 보수하면서 그 속도와 무게를 감당한다. 시속 350km 정도로 가는 철로 된 덩어리는 빠른 속로로 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신경회로가 몸의 각 부위에 전달하는 속도보다는 느리다. 물론 빛의 속도는 신경전달물질 속도를 훨씬 넘어 산다.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있을 때 사람은 자신의 앞에 있는 사람보다 느리다고 생각하지만 앞에 앴는 사람과의 말이 훨씬 느리다. 음속은 마하(시속으로 1,000km를 조금 넘는다.)로 가지만 빛의 속도는 시속 30만 km 정도를 가기 때문이다. 우리가 하는 통신은 빛의 속도로 움직인다.


일이 하나가 잘못되었을 때 연쇄적인 반응을 보일 때가 있고 그렇지 않을 때가 있다. 참 희한한 것은 연쇄적인 반응이 연달아 일어나는 것은 우연이나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오늘 무언가가 잘못될 것이라고 느낌이 들었다. 바람의 속도, 이 기차에 탄 사람들의 표정 그리고 머릿속으로 맴도는 무언가가 오늘 탈선을 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것을 계산했다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기차에 동력을 주는 전기량을 계산하는 알고리즘을 짜는 한국전력이라는 곳에서 일하고 있는데 송전 혹은 배전에 대해 무언가가 문제가 있음을 느꼈다.


사람의 몸 자체를 움직이는 것은 전기신호다. 전기신호로 인해 몸이 움직이고 그래서 심장박동이 멈추었을 때 우리는 전기를 동원해 사람을 되살린다. 일부 의사들은 심정지가 왔을 때 가슴을 열고 심장을 직접 주물르기도 하지만 그런 의사는 거의 없다. 미세한 전기흐름을 통해 사람이 동작하고 생각하고 살아간다. 먹어야 살기에 이날도 우연하게 식당칸을 방문했다. 식당칸이란 굳이 한 사람이 한 끼를 먹지 않아도 될 정도의 시간인데 존재하게 만들었다. 관광 혹은 여행의 필요성이 있다고 하는데 잘은 모르겠다.


항상 어디를 가든지 간에 비상구를 보고 그 안에 있는 사람의 수를 세는 것이 일상이다. 이날 식당칸에는 17명의 사람이 있었다. 어떤 사람은 연인처럼 보였고 어떤 사람은 혼자 왔고 어떤 이들은 친구끼리 왔었다. 유일하게 오로지 이날 이 기차를 위해 일하는 사람은 두 명이었다. 식당칸의 직원 한 명과 막 들어온 것 같은 KTX의 여승무원이었다.


아주 간단한 것을 주문하고 창가에 앉아서 변화하는 풍경의 모습을 보고 있었다. 저 앞에 있는 속도계처럼 KTX가 움직인다면 1초에 100미터를 넘게 가는 셈이다. 살면서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자연이다. 자연은 너무나 천천히 움직이는데 확실하게 변화한다. 계산이 잘되지 않는 존재가 자연이다. 뒤에서 누군가가 가진 텀블러를 떨어트렸다. KTX 여승무원이 그걸 주어주려고 허리를 수그렸는데 한 남자가 그녀를 도와주기 위해 허리를 숙이다가 머리가 부딪쳤다.


뜨거운 물이 객차 안으로 떨어지고 전기가 살짝 스파크를 일으켰다. 그 스파크는 연인 혹은 연인처럼 보이지 않는 남녀에게 다른 행동을 일으키게 만들었고 빛처럼 빠른 속도로 변화가 일어나는 것을 보았다. 문제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을 보았지만 몸은 생각만큼 빠르게 반응하지 않았다. 자신이 일어나는 순간 변화는 순식간에 일어났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삶의 마침표, 쉼표